헌정 사상 최초로 윤석열 현직 대통령이 내란수괴 혐의 등으로 15일 전격 체포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는 12.3 비상계엄사태를 일으킨지 43일만이고, 1차 체포영장이 발부된지 12일, 2차 체포영장이 발부된지 8일만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33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와 경찰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내부로 진입한지 약 5시간만에 체포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탄 경호차량은 오전 10시53분경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곧바로 공수처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계단을 올라가는 뒷모습이 살짝 노출된 것이 전부였다.
공수처는 곧 윤 대통령을 상대로 피의자 조사에 들어간다.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가 직접 조사할 예정이다. 피의자 신문을 위한 질문지 분량은 약 200여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조사전 오동운 공수처장이나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윤 대통령과 면담할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는 이날 고강도 조사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금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체포한지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의 총책임자로 지목됐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했으며, 영장없이 주요 정치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며 발포 명령을 내리고,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며 추가 계엄을 언급한 것으로 검찰의 김 전 장관 등 수사에서 조사됐다.
사태 당시 투입된 군인이 동원한 실탄의 양이 5만7735발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봤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달 18일, 25일, 29일 세 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공수처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았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다음날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내란 수괴 혐의를 대표 혐의명으로 유효기간 일주일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으며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공수처는 발부 나흘 째인 이달 3일 경찰과 함께 윤 대통령 관저를 찾아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와 군인 200여명의 인간띠와 3단계 차벽에 가로막혀 5시간 30분만에 무산됐다.
이에 공수처는 이달 6일 체포영장을 재청구해 다시 발부받았고, 발부 8일만인 이날 관저 진입 3시간만에 집행했다.
관저 앞에서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한지 약 2시간30분만인 오전 7시30분경 공수처와 경찰은 관저 내부로 진입했다. 사다리로 관저 앞 경호처 차벽을 넘어서 1차 저지선을 돌파한 후 오전 7시48분 2차 저지선 차벽을 우회해 철문과 버스로 막힌 3차 저지선에 도착했다. 8시 7분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윤갑근 변호사와 함께 철문 옆 초소를 통해 관저동으로 진입, 윤갑근 변호사 등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집행 방식을 협의했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통령경호처는 집행 과정에서 저항하지 않고 길을 터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협조했다. 현장에 나온 경호처 요원도 거의 없었고, 공수처와 실무 협의를 담당하는 소수 경호처 인력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1차 집행 당시 경호처 요원과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사 등이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아선 장면과 극명히 대비된다.
대다수 경호관은 관저 내 대기동에서 머무르거나 휴가를 쓰는 방식으로 집행 저지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호처 내 강경파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지휘부는 영장 집행을 강력히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호응을 거의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우려됐던 경호처와의 무력 충돌 없이 영장 집행이 순조롭게 진행된 배경에는 경찰 특별수사단이 사전에 벌여온 '심리전'이 자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별수사단은 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직원은 선처하고 저지하는 직원들은 현행범 체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도 관저에 진입하면서 문 앞에 '영장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입간판까지 세우는 등 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과 함께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3명 모두 체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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