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우리나라 습지를 찾아와 우아한 비행으로 장관을 연출하는 대표적인 겨울철새 흑두루미가 환경부의 '2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됐다.
흑두루미는 우리나라를 찾는 두루미류 중 작은 편에 속하는 새로 몸길이 100㎝ 정도에 몸무게는 수컷이 3~5㎏, 암컷은 3㎏ 정도다. 머리와 목의 흰 부분을 제외하면 온 몸이 짙은 회색에 가까운 검은색인 것이 특징이다. 눈 주변과 이마, 머리 꼭대기에는 깃털이 없어 붉은색 피부가 드러나 마치 두건을 쓴 것처럼 보여 영어로는 '후디드 크레인'(hooded crane)으로 불린다.
흑두루미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로, 무리 내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며 생존을 도모하는데 한 마리가 '쿠루루'하고 경계음을 내면 전체가 일제히 머리를 들고 목을 세우고 날아갈 준비를 하는 등 전체의 안전을 도모하는 행동을 한다. 이 모습이 인상깊어 탐조여행의 주요 볼거리로 꼽힌다.
흑두루미는 러시아 시베리아와 중국 북동부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 중국 동부, 일본 등에서 겨울을 보낸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최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의 갯벌과 논에서 큰 무리를 지어 월동하는 것이 많이 관찰되며, 이밖에도 한강과 낙동강 하구, 천수만, 철원 등에서 자주 포착된다. 월동지에서는 벼를 비롯한 낟알과 식물 줄기·뿌리 등을 먹으며 지낸다.
그런데 최근 개발 사업으로 인해 습지와 갯벌이 줄어들면서 기존에 벼농사를 짓던 농가들이 다른 작물을 재배하게 되는 등 서식지와 먹이터가 줄어 흑두루미 생태에 악영향을 미쳤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전세계적으로 흑두루미 개체수를 6000~1만5000마리 가량으로 추정하며, 흑두루미를 '절멸가능성이 높은 취약'(VU) 등급으로 지정했다. 환경부도 2005년부터 흑두루미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분류해 보호했고, 농가의 생태계 보전 활동에 보상을 지급하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와 같은 제도 등을 운영중이다. 또 여러 지자체들도 전봇대와 전깃줄을 철거하고 겨울마다 월동지에 대량의 볍씨를 뿌리는 등 흑두루미 보전에 힘써왔다.
덕분에 한때 우리나라를 찾는 개체수가 크게 줄었던 흑두루미가 최근에는 늘어나는 추세다.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순천만에서 관찰된 흑두루미는 최대 7000여마리로 전세계 개체수의 절반에 해당했다.
한편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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