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휘발성 유해물질을 잡아내는 활성탄 재활용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70% 감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안까지 마련해 산업 공정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대기청정연구실 전동혁 박사 연구팀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기존보다 적은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벤젠 등 발암성 물질로 이뤄진 VOCs는 주로 페인트나 새 가구, 산업공정에서 발생해 미세먼지와 악취를 유발한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공기정화 효과를 가진 활성탄이 주로 사용된다.
소규모 대기오염 사업장은 활성탄 사용이 의무화돼 있는데, 생활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도장 업체도 400㎡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다.
규제에 따라 필터와 활성탄으로 구성된 방지시설에 측정 센서를 설치하고 방지시설 가동 여부를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활성탄 교체 비용 부담으로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거나 교체 주기를 널널하게 잡아서 유해물질이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쓰는 저가 센서로는 활성탄의 교체 주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관리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연구팀은 효율적인 폐활성탄 재활용 설비와 저가 센서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 등을 개발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활성탄은 용도에 따라 재활용에 필요한 열량이 다른데, 공기 정화용 활성탄의 경우 200℃ 정도로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수질 정화용은 1000℃까지 온도를 높여줘야 한다. 문제는 공기 정화용에 특화된 재활용 설비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수질 정화용 재활용 설비를 활용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연구팀은 공기 정화용 활성탄에 특화된 200℃ 환경의 재활용 설비를 구축해 소요되는 에너지를 7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해당 설비를 소규모 사업장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경우 활성탄 교체 비용은 신품 구매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활성탄에 붙은 VOCs가 제거될 때 발생하는 합성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기존 활성탄 재활용 방식으로는 열량이 너무 많아 가스가 순식간에 휘발됐는데, 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방법이 생긴 것이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고성능 센서와 저가 센서의 VOCs 측정값 차이를 계산하고 차이가 일어나는 환경 조건을 분석해 저가 센서로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해당 알고리즘을 적용한 저가 센서의 정확도는 92% 향상됐다.
전동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소규모 사업장의 VOCs 배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폐활성탄 재생을 통해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폐가스의 에너지화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우리는 VOCs에 포함된 탄소를 개질해 수소로 전환하고, 재활용 전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공정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저명 학술지 '에너지 컨버전 앤 매니지먼트 엑스'(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 : X)에 지난 10월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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