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됐던 英-EU 관계 복원?...첫 정상회담에서 '기후와 에너지' 협력 합의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0 14:27:14
  • -
  • +
  • 인쇄
▲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료=연합뉴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EU)이 기후와 에너지 등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방안을 놓고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영국과 EU는 기후와 에너지, 식품 검역 등 다방면에 걸친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브렉시트 이후 양측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관계 재정립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한 분야는 기후와 에너지 협력이다. 양측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상호 연계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CBAM은 EU 역외에서 탄소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2026년부터 본격 적용된다. 배출권거래제 상호연계를 통해 영국 수출기업은 연간 약 8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 상당의 탄소세 납부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양측은 실시간 송전 및 가격 신호 공유가 가능한 방식으로 전력시장을 단계적으로 재통합하기로 했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비효율적이었던 영국과 EU간 전력거래 시스템을 개선하고, 북해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확대와 전력 가격 안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역과 관련된 내용도 합의됐다. 양측은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을 추진해 동식물성 식품의 통관 절차를 간소화한다. 합의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제품은 별도의 위생 증명서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간 교역에도 적용된다. 현재 북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 규정을 일부 따르고 있어, 내륙 통관 과정에서 물류 병목이 발생해 왔다.

식품업계는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국 상공회의소는 "식품과 음료 수출에 대한 불필요한 검사를 줄임으로써 비용절감과 폐기물 감소,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브렉시트 이후 통관검사에 대비해 검역시설에 총 1억2000만파운드(약 22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영국 항만업계는 "정부가 이를 보상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영국이 당장 EU 재가입이 아닌 실익 중심의 '맞춤형 협력 복원'으로 해석된다. 정상회담 후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정부가 발표한 공동문서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공통의 이익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구속력 없는 이해"로 규정돼 있다.

양측은 앞으로도 기후와 농식품 뿐만 아니라 이민,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브렉시트로 단절됐던 실질적 통로를 일부 복원하면서도, 정치적 주권은 유지하려는 절충적 접근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쿠팡 '비닐봉투' 사라지나?...지퍼 달린 다회용 '배송백' 도입

쿠팡이 신선식품 다회용 배송용기인 프레시백에 이어, 일반 제품 배송에서도 다회용 '에코백'을 도입한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인천, 부산, 제

삼성, 수해 복구에 30억 '쾌척'…기업들 구호손길 잇달아

삼성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30억원을 21일 기부했다. 기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

삼성전자-LG전자, 침수지역 가전제품 무상점검 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가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침수된 가전제품 세척과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8일부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기후/환경

+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최초 10MW 해상풍력 국제인증 획득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사가 개발한 10메가와트(MW) 해상풍력발전기가 국제인증기관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형식인증을 취득했다고 23일 밝혔다. 국

햇빛 이용해 탄소배출 없는 '그린 암모니아' 생산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태양광 시스템을 활용해 폐수 속 오염물질을 고부가가치 에너지원인 암모니아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

기후변화로 美 북동부 폭풍 '노이스터' 위력 17% 증가

지구온난화로 미국 북동부 지역의 폭풍 위력이 증가하고 있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1940년 이후 올

해변을 지켜야 vs 해변가 집을 지켜야...해수면 상승으로 '딜레마'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미국 곳곳의 해변이 조금씩 바다에 잠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6세기 로마법에 뿌리를 둔 '공공신탁' 개념이 다시 주목

맥주병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플라스틱병보다 많은 이유

유리병에서 플라스틱병보다 50배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프랑스 식품환경산업안전보건청(ANSES)은 생수, 콜라, 맥주, 와인이 담긴 플라스틱병과

'동토의 북극' 옛말되나?...겨울에 물웅덩이 생기고 새싹 돋아

한겨울에 눈이 뒤덮여있어야 할 북극에서 물웅덩이가 생기고 눈이 녹은 땅위에서 새싹이 돋는 희귀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학자들은 북극의 겨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