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의 'SAF확대 지지' 선언문...알고보니 EU집행위가 작성?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17 15:14:13
  • -
  • +
  • 인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속가능항공연료(SAF) 확대 정책에 대한 항공업계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선언문을 직접 작성해서 이를 업계 명의로 제출하도록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선언문은 이른바 '르부르제 선언문'으로, 오는 17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파리 에어쇼' 개막과 함께 유럽연합 교통담당 집행위원 아포스톨로스 치치코스타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선언문 내용은 SAF의 생산 및 사용 확대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 제안과 ReFuelEU 법안 지지 입장이 포함돼 있다. SAF는 화석연료를 대체해 항공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현재 유럽에서는 관련 의무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 중이다.

하지만 이 선언문이 유럽연합 교통총국(DG MOVE)에서 초안을 작성한 후, 항공사 로비단체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복수의 업계 로비스트들이 "이 문서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DG MOVE가 먼저 작성한 것"이라며 "공식적으로는 산업계가 낸 문서처럼 보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위원회가 주도한 매우 이례적인 방식"이라고 증언했다.

또다른 항공사 관계자도 "몇 주 전에 DG MOVE로부터 선언문 초안을 받았고, 이후 업계 입장을 반영해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문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섞인 '프랑켄슈타인' 같은 상태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정된 선언문에는 업계가 요구해온 SAF 교역 시스템(book-and-claim) 도입 필요성이 포함돼 있지만, 핵심 내용은 여전히 집행위의 정책 방향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사안은 SAF 정책을 둘러싼 항공업계와 집행위간의 갈등이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SAF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가격이 약 3배 높고, 공급업체의 별도 수수료까지 붙어서 항공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유럽 항공사 CEO들이 참석한 정상회의에서는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KLM, 라이언에어, IAG 등 주요 항공사 대표들이 SAF 확대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선언문은 이와 관련해 SAF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재정 수단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집행위와 회원국이 함께 e-SAF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수익 보장 수단(revenue certainty instrument)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차액계약(CfD), 수요 집계(demand aggregation), 양방향 경매(double-sided auction) 등을 통해 생산과 수요 간 불일치를 조기에 해소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선언문이 산업계의 자발적 제안이 아닌 집행위 주도의 '기획된 지지'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한 신뢰도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집행위원회는 자동차 산업에서 벌어진 규제 반발 사례를 반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항공업계가 정책을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집행위원회는 이같은 논란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문서를 전달받은 로비단체들은 최종적으로 선언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혀, 산업계 입장을 가장한 정책지지 선언이라는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쿠팡 '비닐봉투' 사라지나?...지퍼 달린 다회용 '배송백' 도입

쿠팡이 신선식품 다회용 배송용기인 프레시백에 이어, 일반 제품 배송에서도 다회용 '에코백'을 도입한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인천, 부산, 제

삼성, 수해 복구에 30억 '쾌척'…기업들 구호손길 잇달아

삼성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30억원을 21일 기부했다. 기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

삼성전자-LG전자, 침수지역 가전제품 무상점검 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가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침수된 가전제품 세척과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8일부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美 북동부 폭풍 '노이스터' 위력 17% 증가

지구온난화로 미국 북동부 지역의 폭풍 위력이 증가하고 있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1940년 이후 올

해변을 지켜야 vs 해변가 집을 지켜야...해수면 상승으로 '딜레마'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미국 곳곳의 해변이 조금씩 바다에 잠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6세기 로마법에 뿌리를 둔 '공공신탁' 개념이 다시 주목

맥주병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플라스틱병보다 많은 이유

유리병에서 플라스틱병보다 50배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프랑스 식품환경산업안전보건청(ANSES)은 생수, 콜라, 맥주, 와인이 담긴 플라스틱병과

'동토의 북극' 옛말되나?...겨울에 물웅덩이 생기고 새싹 돋아

한겨울에 눈이 뒤덮여있어야 할 북극에서 물웅덩이가 생기고 눈이 녹은 땅위에서 새싹이 돋는 희귀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학자들은 북극의 겨

김성환 환경장관 "도전적·합리적 탄소감축 목표 수립하겠다"

김성환 신임 환경부 장관은 '도전적이면서 합리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다.김성환 장관은 22일 취임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2035 국

'극한호우'에 농경지 2.9만㏊ 침수되고 가축 175만마리 폐사

서산과 광주, 산청 등을 물바다로 만들었던 이번 집중호우로 경작지 2만9448헥타르(㏊)가 물에 잠겼다. 이는 축구장 4만1000여개에 달하는 면적이다.농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