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버려진 수십억개의 일회용 마스크가 토양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공학과 김태영 교수 연구팀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등과 진행한 국제연구에서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가 토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기된 마스크에서 유래한 미세플라스틱과 화학 첨가제가 토양생물인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의 생식력과 대사 체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동안 전세계적으로 사용된 일회용 마스크는 연간 수백억개에 달하며, 이로 인해 막대한 폐기물이 발생했다.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섬유로 제작되는 마스크는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할 수 있으며, 이는 수질뿐 아니라 토양 생태계에도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폐마스크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플라스틱 입자가 아닌, 제조 과정에서 첨가된 특정 화학물질과 결합해 생물학적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최초로 입증했다.
특히 예쁜꼬마선충과 같은 토양 생물의 번식 기능 저하는 생태계 전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어, 폐마스크의 생태계 위해성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세 종류의 일회용 마스크(KF94, 의료용, 방진용)와 비교용 폴리프로필렌(PP) 원료를 각각 표준 토양에 혼합해 예쁜꼬마선충의 생식력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실험 농도(토양 중 미세플라스틱의 비율)는 0.1%와 0.3%로 설정했으며, 각 그룹의 꼬마선충 번식 능력(부화한 유충 수)을 정량 측정했다. 이후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LC-MS)으로 선충의 대사 변화와 마스크에서 검출된 화학 첨가제를 정밀 분석했다.
실험 결과, 0.3% 농도에서 KF94 및 방진용 마스크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선충의 번식력이 각각 33%, 46%까지 감소했다.
반면 의료용 마스크와 폴리프로필렌(PP) 원료 섬유는 생식 독성 면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선충의 대사 경로도 변화했다. KF94 마스크와 방진용 마스크의 미세플라스틱은 공통적으로 폴리아민(polyamine) 생합성 경로를 교란시켰다. 각각 다른 첨가제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대사물질에 미치는 영향 역시 차이를 보였다.
고해상도 질량 분석 결과, 마스크에서는 프탈레이트(phthalates) 등의 화학 첨가제가 검출됐다. 이 물질은 생식 독성을 유발하는 내분비 교란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첨가제가 대사 교란과 생식력 저하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태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회용 마스크에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과 마스크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 화학 첨가제가 토양 생물에 미치는 복합적인 생물학적 독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마스크 폐기물의 장기적인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친환경적 마스크 소재 개발과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독성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태독성학과 환경 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