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서 열린 산림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처럼 운영되는 숲가꾸기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기후재난 시대의 산림경영'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한결같이 관행 중심의 산림사업에서 벗어나, 정밀한 데이터 기반·복원설계·자원순환형 경영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박현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한국의 산림은 지난 70년간 나무 부피가 30배 늘어났고, 이는 60년대부터 진행된 PDCA(계획-실행-점검-개선) 체계와 기술적 품질관리의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적지적수 선정, 생육 모니터링, 활착률 검사, 참여형 숲 캠페인을 통해 숲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숲은 환경·경제·사회자원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공공자산으로서의 투자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또 박 교수는 "정부의 숲가꾸기는 수요가 있는 경제림에 국한해 과학적으로 적용하고, 탄소저감 효과까지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가 매년 자라는 목재의 80%를 쓰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관리 실패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엄태원 환경운동연합 원주 상임대표는 "산불 이후 벌채, 조림, 임도 개설을 무조건 문제라고 단정하면 곤란하다"며 "핵심은 기술 수준과 사후복원 체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사태가 난 곳에 "조속한 사면안정화와 식생 복원공법이 동반돼야 하고, 이를 산림청 예산에 구조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 상임대표는 임도와 숲가꾸기의 실효성도 제시했다. 그는 "임도는 산불 대응 시간과 피해 면적을 줄이는 핵심 인프라"라며 "수관화 확률이 낮은 곳은 숲가꾸기 사업지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지적기 원칙에 따라 설계된 숲가꾸기는 폐기할 사업이 아니라 고도화해야 할 산불대응 도구"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연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자연방치가 된다"며 "회복력이 큰 한국 숲이라고 해도 조림된 숲보다 자원가치가 낮기 때문에 기술과 설계가 뒷받침돼야 자생력도 생긴다"고 했다.
정규원 한국임업진흥원 연구위원은 산림의 물리적 구조와 재해 양상을 연결해 설명하면서 "임도 설치로 사면 하부의 피해가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며 "중요한 것은 재해의 면적이 아니라 깊이이며, 그에 따른 하중 분산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성이 낮은 소규모 벌목이 반복될수록 산사태 위험은 커진다"며 "예방 기반 인프라와 기술적 대응이 가능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 경영체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다양한 산림정책 개선 의견을 수렴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입법·예산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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