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산 가스 수입차단 추진...튀르키예가 '복병'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1 15:13:57
  • -
  • +
  • 인쇄


유럽연합(EU)가 러시아산 원유수입을 제한하는데 이어, 가스수입을 전면 차단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튀르키예가 이 계획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해당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튀르키예 외교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EU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할지 여부와 관계없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제재만을 이행한다"며 "일방적 제재는 경제를 교란시키고 에너지 안보 우려를 키울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우회경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탄과 해상운송 원유를 전량 수입금지하고, 가스 수입량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상태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EU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일부 파이프라인 가스도 2027년까지 수입중단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EU의 이같은 법안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버렸다. 이렇게 되면 EU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금지하기 위해 원산지 정보를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마련해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EU가 마련중인 법안은 가스 공급계약서 등 '모든 관련 정보'를 제출하도록 수입기업에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인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튀르키예가 협조하지 않으면 원산지 판별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불가리아·그리스로 연결되는 튀르키예 국경 교차지점이 문제지역으로 거론된다. 불가리아가 수입하는 LNG는 튀르키예 터미널에서 저장·관리한 뒤 불가리아로 넘어온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터미널 내 다른 공급분과 러시아산 가스가 섞여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국제에너지시장 분석업체 ICIS에 따르면, 불가리아·그리스 연결선에서 지난해 19억m3의 가스가 EU로 유입됐으며, 이 규모는 최대 54억m3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러시아의 대EU 파이프라인 수출량의 5분의 1 규모다. 이 경로에서 유입되는 가스가 많아지고 있는만큼 튀르키예의 교차지점을 '고위험' 경로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튀르키예와 불가리아는 "이미 원산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불가리아는 튀르키예 터미널로 들어온 LNG의 모든 서류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튀르키예 외교부도 "EU 규정 우회를 거부한다"며 가스 수입 자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U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튀르키예가 협조하지 않는 이상 러시아산 가스가 우회 유입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EU가 튀르키예에게 에너지 협력 재개나 유럽투자은행 녹색 프로젝트 자금 지원 같은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kt ds, 취약계층 500가구에 '김장나눔' 봉사활동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화원종합복지관에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kt ds 임직

폐철에서 고급철 회수...현대제철, 철스크랩 설비에 1700억 투자

현대제철이 고품질 철스크랩 확보를 위해 2032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철스크랩 가공설비인 '슈레더(Shredder)' 설비도입 등

美서 쿠팡 '집단소송'...승소시 3300만 피해자 전원에 배상책임

쿠팡을 상대로 국내에서 단체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도 쿠팡을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이 제기된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승소

SK이노, 독자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국제학술지 등재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성과가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화학공학

KCC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11년 연속 수상

KCC가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제조 부문 우수보고서로 선정되며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대한민국 지속

기후/환경

+

'인스타 명소' 아이슬란드 꽃밭...알고보니 생태계 파괴 외래종

사진 명소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꽃밭이 사실은 토착종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인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물순환 촉진구역' 4곳 지정한다...기후부, 지자체 대상 후보지 공모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물순환 촉진구역 공모'가 처음으로 실시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023년 10월 24일 제정된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韓가전제품 유럽수출 '비상'...EU, 가전·부품도 탄소세 '만지작'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원자재 중심에서 가전·부품 등 완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공기좋던 美 워싱턴D.C 올겨울 대기오염 최악...원인은?

공기질이 깨끗한 도시로 알려졌던 올겨울들어 미국의 워싱턴 D.C.가 질병을 유발할 정도로 공기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오염 분석업

필터없이 초미세먼지 99.9% 제거하는 공기청정 장치 개발

필터없이 나노 물방울로 초미세먼지를 99.9% 제거하고 스스로 물까지 공급하는 공기청정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