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의된 '기업인권환경실사법'에 기후실사도 의무화해야"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8 15:51:55
  • -
  • +
  • 인쇄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급망실사법과 기후전환계획 쟁점과 과제' 토론회 ⓒnewstree

올 6월 재발의된 '기업인권환경실사법'에 기후대응 관련조항이 빠져있어, 이를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인권환경실사법'은 기업의 인권과 환경실사를 의무화한 법안으로 당초 2023년 9월 발의됐다가 국회 회기종료로 폐기된 이후 올 6월 13일 재발의됐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녹색전환연구소와 박지혜 의원실 주최로 28일 국회에서 열린 '공급망실사법과 기후전환계획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기업인권환경실사 법제화의 의의와 활용'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재발의한 '기업인권환경실사법'에 기후전환계획을 포함하거나 기후실사를 함께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인권환경실사법은 기업이 공급망 라인에 있는 협력사의 인권·환경 침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실사를 의무화한 법안이다. 오는 2028년 시행 예정인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발의됐다. 국내에서 '공급망실사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적용대상은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매출 2000억원 이상 기업들이다.

박영아 변호사는 "국내에서 기업인권환경실사법이 발의됐다는 것은 해외 ESG 경영흐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며 "그러나 기후대응 관련 조항이 빠져있는 부분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가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고, 기후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조치도 인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안에 기후대응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인 지현영 변호사는 '공급망실사법 기후 접목 방안: 기후전환계획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기업인권환경실사법이 대응하고자 하는 EU의 CSDDD에는 '기후전환계획'이 포함돼 있다"며 "EU의 ESG공시에 해당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에도 기후전환 관련 내용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23년 개정한 '책임있는 경영을 위한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도 실사를 통해 다뤄야 하는 주요 환경요인으로 '기후변화'가 명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현영 변호사는 "실사 대상에 기후대응이 빠진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소송이나 투자 철회, 평판 추락 등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며 "법안에 기후실사 관련 조항을 명시적으로 반영해야 선제적 대응에 나선 국제기준에 부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해당 법안에 기후대응에 대한 내용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최정윤 한국법제연구원 법학기초교육연구센터장은 "국제사회는 기후변화가 불평등하게 작용하는 글로벌 인권 리스크임을 인식하고, 공급망 실사 지침에 기후관련 요소를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기후위기의 긴박성, 국제 ESG 규범 동향, 공시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실사체계와 기후전환계획의 연결구조를 통합하는 방향성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EU에서는 전반적인 규제를 완화하는 '옴니버스 패키지'가 발표되면서 규제 피로도를 이유로 실사와 기후전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가 규범 수용자가 아닌 규범 제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EU에서도 아직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실사 의무화를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기업들이 부담감을 느낄 게 분명하다"며 "여기에 기후전환계획, 기후실사까지 포함되면 그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기후위기적 측면에서 보면 이같은 기후대응은 우리 사회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를 위해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이라며 "기후위기 시계의 모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명확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유도하기 위해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국내 산업 현실에 맞춰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선미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팀장은 "기업인권환경실사법이 국제기준, 특히 EU CSDDD 내 기후전환계획과 정합성을 갖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에 정부와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동반 지원체계'와 전환금융의 연계, 파트너십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팀장은 "기업인권환경실사법은 기업을 처벌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영을 지원하고 글로벌 신뢰를 높이는 제도적 기반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섭 현대자동차 상생협력실장은 "공급망 실사가 비용과 인력 배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EU 등의 사례를 참고해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현대자동차는 이미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으며 기후실사를 포함한 ESG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에 들어섰지만, 이를 다른 협력업체에게 강요하긴 어렵다"고 기업 차원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어 "CSDDD 등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련 법규들이 EU 내에서도 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와 정반대로 향하는 국내법 도입은 국내 기업들에게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규제 완화와 적용 시점 연기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광희 풍강 전무는 중소기업 입장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풍강은 자동차용 체결 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다. 이 전무는 "CSDDD 대응이나 기후전환계획의 실질적 이행에는 상당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를 뒷받침할 지원사업이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시적이라도 중소기업이 관련 인력을 배치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비용 지원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종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환경화 행정사무관은 기후실사 필요성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기업 경쟁력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잡힌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박 사무관은 "최근 CSDDD 개정안은 기후전환계획 관련 규정을 원안보다 완화했다"며 "법안에 동일 규정을 추가한다면 EU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국내 다른 ESG 제도와 정합성이 맞아야 한다"며 "EU가 제도 간 시너지 확보와 기업의 혼란 최소화를 위해 CSDDD와 CSRD를 긴밀히 연결 중인데, 우리나라 역시 ESG공시나 ESG지원법과 기업인권환경실사 간에 유사한 부분을 연계하거나,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스프링클러가 없었다...SPC 시화공장 화재로 또 '도마위'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의무 설치대상이 아니었다. 옥내 설치된 소화전만으로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을 끄기는 역부족이었다.

"AI는 새로운 기후리스크...올해 글로벌 ESG경영의 화두"

AI 확산이 가져다주는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글로벌 ESG 경영의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중

현대제철 '탄소저감강판' 양산 돌입..."고로보다 탄소배출량 20% 저감"

현대제철이 기존 자사 고로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을 20% 감축한 '탄소저감강판'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현대제철은 "그동안 축적한

LS 해외봉사단 '20주년'..."미래세대 위한 사회공헌 지속"

LS의 대표적인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인 'LS 대학생 해외봉사단'이 20주년을 맞은 지난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각지의 초등학교에서 예체능 실습과 위생

[최남수의 EGS풍향계] ESG요소 강화하는 해외연기금들...우리는?

지난해 4월 국민연금연구원은 'ESG 투자에 관한 논쟁과 정책동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ESG 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반(反)ESG 정책

양산시 '원동습지' KT 기상관측장비 설치...습지 생태연구 고도화

경상남도 양산시에 위치한 '원동습지'에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됐다.국립생태원과 KT는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습지에

기후/환경

+

하다하다 이제 석탄홍보까지...美행정부 '석탄 마스코트' 활용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석탄을 의인화한 마스코트까지 앞세워 화석연료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영상]열흘 넘게 내린 눈 3m 넘었다...폭설에 갇혀버린 日

일본 서북부 지역에 열흘 넘게 폭설이 내리면서 30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4일 일본 기상청·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빈발하는 기후재난에...작년 전세계 재난채권 시장규모 45% '껑충'

지난해 재난채권(재해채권) 시장규모가 역대급으로 늘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보험사의 위험 이전 수요와 투자자의 분산 투자 욕구가 맞물

EU, 전세계 최초 '영구적 탄소제거' 인증기준 마련

유럽연합(EU)이 대기중에 남아있는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기술에 대해 인증기준을 전세계 처음으로 마련했다.EU집행위원회(European Com

'북극발 한파' 1월 한반도 기온 낮췄지만...해수 온도는 역대급

올 1월 하순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강력한 한파는 북극의 찬 공기를 감싸고 있는 소용돌이 즉 제트기류가 느슨해진 결과로 발생했다. 그 결과 월 평균기

[날씨] 낮기온 12℃ '입춘매직'...미세먼지는 나쁘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답게 날이 포근해졌다. 기온이 오르면서 강·호수·저수지 등의 얼음이 녹아 깨질 우려가 있으니 안전사고에 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