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 압박하면서 취업비자는 '외면'..."해결책 없으면 상황 반복"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9-08 17:13:56
  • -
  • +
  • 인쇄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을 조사중인 미국 인권 당국(사진=AFP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체포·구금 사태는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미국 투자를 늘리는 만큼 현지 파견 인력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전임 윤석열 정부는 이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는 대부분 전자여행허가(ESTA)와 단기 상용(B-1)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뒤 공사현장에서 근무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에서 일을 하려면 주재원(L-1 또는 E-2) 비자나 전문직(H-1B 또는 H-2B) 비자 등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취업비자를 받으려면 자격요건이 까다롭고 비자를 받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은 연간 발급해주는 취업비자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보니, 편의상 여행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이 연간 발급하는 취업비자 'H-1B'는 8만5000개다. 최근 1년동안 미국에 H-1B 비자를 신청한 사람은 전세계 48만명에 달했으니, 취득률은 18% 정도다. 추첨제로 하다보니 당장 현장에 필요한 전문가라도 취업비자를 받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H-2B 비자는 임시 비전문직 근로자를 위한 비자로 발급 수는 당해 상황에 따라 조정되지만 미국 내 일자리 부족을 증명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 발급 절차가 까다롭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공사기한 등을 맞추기 위해 ESTA나 B-1 비자를 우회로로 활용해 왔다. ESTA는 90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으나 취업은 불가능하고, B-1 비자는 회의 참석, 계약 협상, 장비 설치 감독, 현장 점검 등 일부 활동은 허용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노동 행위는 불법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현지 인력만으로 새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국내 기술자가 꼭 필요함에도 정식 비자를 받으려면 수개월이 소요되면서 프로젝트 일정에 맞출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이같은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과 미국 양국은 기업들의 대미투자 확대를 종용하고 있으면서 정작 입국 문턱은 낮추지 않아 이같은 사태가 빚어졌다.

한미경제포럼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칠레에 1400명, 호주에 1만500명, 싱가포르에 5400명의 '전용 취업비자 쿼터'를 할당했다. 그러나 FTA 체결국이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취업비자 쿼터가 전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외교부는 지난 2012년부터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E-4 비자)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WKA) 입법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 박사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다른 국가들처럼 비자 쿼터를 확보해 안정적인 인력 배치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대미 투자 계획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약속한 내용이 이행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또 어떤 압박을 가할 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 정부에서부터 외면받던 문제가 터진 셈"이라며 "정부가 전략적으로 협상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과 공조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공동으로 대미 투자기업 간담회를 개최해 현대차그룹, LG엔솔, SK온,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함께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대미 투자 기업들이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대미 투자 사업 진행을 위해 단기 파견에 필요한 비자 신설이나 비자 제도의 유연성 강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국가녹색기술연구소 5대 소장에 '오대균 박사' 임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 제5대 소장으로 오대균 박사가 5일 임명됐다. 이에 따라 오 신임 소장은 오는 2029년 2월 4일까지

기초지자체 69% '얼치기' 탄소계획...벼락감축이거나 눈속임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국가가 정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40% 이상의 목표를 수립한 곳은 23곳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기초지자체

스프링클러가 없었다...SPC 시화공장 화재로 또 '도마위'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의무 설치대상이 아니었다. 옥내 설치된 소화전만으로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을 끄기는 역부족이었다.

"AI는 새로운 기후리스크...올해 글로벌 ESG경영의 화두"

AI 확산이 가져다주는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글로벌 ESG 경영의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중

현대제철 '탄소저감강판' 양산 돌입..."고로보다 탄소배출량 20% 저감"

현대제철이 기존 자사 고로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을 20% 감축한 '탄소저감강판'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현대제철은 "그동안 축적한

LS 해외봉사단 '20주년'..."미래세대 위한 사회공헌 지속"

LS의 대표적인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인 'LS 대학생 해외봉사단'이 20주년을 맞은 지난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각지의 초등학교에서 예체능 실습과 위생

기후/환경

+

[팩트체크⑤] 이미 닥친 기후변화...'식량안보' 강화하려면?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작물의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 가격인상이 오롯이 기후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

[주말날씨] -15℃ '맹추위' 다시 기승...전라·제주 '눈폭탄'

6일 찾아온 강추위가 주말 내내 이어지겠다. 아침기온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0℃ 이하로 떨어지고, 강풍까지 더해 체감온도는 -15℃ 안팎까지 내려

기후변화에 '동계올림픽' 앞당겨지나...IOC, 1월 개최 검토

동계올림픽 개최 일정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고 동계스포츠에 필수인 적설량이 적어지는 탓이다.4일(현지시간) 카를 슈토스 국

에너지연, 1년만에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성능 19배 늘렸다

국내 연구진이 건식흡수제를 이용해 공기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고 제거하는 기술의 성능을 19배 늘리는데 성공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CCS연

하다하다 이제 석탄홍보까지...美행정부 '석탄 마스코트' 활용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석탄을 의인화한 마스코트까지 앞세워 화석연료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영상]열흘 넘게 내린 눈 3m 넘었다...폭설에 갇혀버린 日

일본 서북부 지역에 열흘 넘게 폭설이 내리면서 30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4일 일본 기상청·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