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요한 록스트룀 '잇 란셋' 위원회 공동의장이 이끈 연구팀은 채식 위주의 '지구건강식단'(PHD)이 사람과 지구의 건강을 동시에 개선하고 2050년 전세계 예상 인구 96억명에게 충분한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지구건강식단은 사망률, 암, 당뇨병, 호흡기 질환, 심장병, 뇌졸중, 신경퇴행성 질환 등 건강 문제와 매우 강한 반비례 관계"라고 강조했다.
'잇-란셋(EAT-Lancet)' 위원회는 전세계 식품·영양·보건·지속가능성 분야 전문가가 모인 연구단체로, 이번 보고서에는 35개국의 전문가 70여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오늘날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1이 식량시스템에서 발생한다며, 전세계의 식습관을 바꾸지 않고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식량 생산은 야생동물과 숲을 파괴하고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오늘날 많은 곳에서는 육류, 유제품, 동물성 지방·설탕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 국가가 녹말·곡물 위주로 섭취하는 반면, 고소득 국가의 설탕·동물성 식품 소비량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붉은 육류 섭취량은 PHD 권장 수치의 7배 이상 많고, 유럽과 남미는 5배, 중국은 4배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건강에 해로울뿐만 아니라 환경과 기후에도 지속불가능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보고서는 채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되 적당한 육류 제품을 섭취할 것을 권했다. 가령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등에서 섭취하는 녹말 위주 식단은 닭고기, 유제품, 계란을 약간 늘리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는 것이다. 다만 전세계 채식 섭취 비중을 현재 수준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PHD 권장 섭취량에 따르면 붉은 육류는 일주일에 1인분이면 충분하다. 반대로 과일·채소는 하루 최소 5인분을 먹는 것이 좋으며, 통곡물은 하루 3~4인분, 콩·견과류·유제품은 하루 1인분, 계란은 일주일에 3~4개, 닭고기·생선은 일주일에 2인분을 권장했다. 이렇게 먹을 경우 철분과 비타민, 지방산, 섬유질, 엽산, 마그네슘 및 아연 등 영양소 섭취량이 현재 평균 식단보다 개선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지구건강식단을 실천하려면 식량시스템의 불평등도 종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식량 관련 환경피해의 70%는 세계 부유층 30%가 일으키고 있다. 전체 식량 생산량은 전세계 인구를 충분히 먹일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인구만 10억명, 건강한 식단을 접하지 못하는 인구가 28억명에 달한다. 반대로 비만 인구는 10억명에 달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건강한 식품의 가격을 저렴하게 낮추고, 해로운 식품은 광고 규제 및 경고 라벨 부착을 의무화해야 하며, 오늘날의 농업 보조금을 지속가능한 건강식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식품업계 노동자 3분의 1이 생활비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식단의 변화와 함께 식량 낭비량 감축, 친환경 농업 전환, 노동조건 개선 등 식품 시스템의 전반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지구건강식단을 실천하면 식량 시스템 전환에 투입될 비용 5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추정에 따르면 식품으로 인한 질병·환경 피해 금액은 연간 약 150만 달러이며, 현 식량 시스템을 바꾸려면 연간 2000억~5000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록스트룀 교수는 "음식은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하고, 수십억톤의 배출량을 줄이고, 생물다양성의 손실을 막고, 보다 공정한 식량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전세계 모든 사람의 건강한 식단과 모든 식품 시스템이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기준을 정량화한 최첨단 과학적 평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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