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봄날씨 실화냐?...한낮 기온이 46℃ '지글지글'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10-31 17:05:05
  • -
  • +
  • 인쇄
▲10월 봄을 맞은 호주의 낮기온이 40℃ 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호주 북부지역이 봄철인 10월에 40℃를 웃도는 폭염을 겪고 있다.

호주 기상청(BoM)은 북부 지역인 퀸즐랜드주와 노던 준주의 일부 지역이 올해 가장 더운 10월을 겪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두 주의 10월 평균 최고기온은 29~32℃ 수준이지만 일부 지역에서 40℃를 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퀸즐랜드주 중부지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버즈빌은 지난 21일 최고 온도가 46.1℃까지 오르며 역대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퀸즐랜드주 남쪽 끝단에 위치한 와나어링 마을도 44.9℃를 찍으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노던 준주 북쪽 끝에 위치한 다윈국제공항은 10월 평균 기온 34.8℃로 1910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호주 기상청 수석기후학자 휴 맥도웰 연구원은 "호주 전체로 보면 역대 세번째로 더운 10월이었고, 퀸즐랜드와 노던 준주는 최고기온뿐만 아니라 최저·평균기온 등 모든 항목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봄철에 한여름 수준의 더위가 나타난 원인으로 '해양열파'가 지목됐다. 호주 기상청은 코럴해와 카펜테리아만의 해수온이 평년보다 1.5~2℃가량 높아지면서 대기 하층의 에너지가 증가했고, 여기에 고기압 정체가 겹치면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9월 남극 성층권의 급격한 온난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호주에 고온건조한 날씨를 불러왔다.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대기과학과 마틴 유커 박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습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성층권 온난화가 발생하자 건조한 날씨가 계속 이어졌다"며 "남극 상공의 극 소용돌이가 습기를 머금은 공기를 옮겨와야 하는데, 온난화로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면서 순환계에 오류(error)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니라 계절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호주국립대(ANU) 사라 퍼킨스 박사는 "10월에 40℃를 기록하는 것은 예외가 아니라 새로운 평균이 됐다"며 "기후위기로 인해 계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상청 장기 관측자료에 따르면 퀸즐랜드 봄철 평균 최고기온은 1990년대 29.8℃에서 2020년대 31.9℃로 30년 사이 2℃ 이상 상승했다. 올해 역시 평균 33℃ 안팎으로 나타나면서 '봄의 여름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2024년 7월 이후 매달 주변 해수온이 관측 이래 가장 높거나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따뜻한 바다는 더 많은 수증기와 에너지를 공급해 폭풍, 사이클론, 강우 시스템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호주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최근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괴물 허리케인 '멀리사'의 규모를 키운 요인도 '해양열파'로 지목됐고, 한국에서도 지난 2024~2025년 동해·남해 해수온이 평년보다 1~1.5℃ 높게 나타나면서 봄·가을철 폭염과 열대야 발생일수가 모두 증가했다.

휴 맥도웰 연구원은 "이번에 관측된 현상은 기후위기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신호"라며 "해양온난화가 계절을 재편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국민연금, ESG 책임투자 강화…'감사위원 3%룰' 반영

국민연금이 국내외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ESG 책임투자를 한층 강화한다.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KT 판교·방배 사옥 경찰 압수수색…서버폐기로 증거은닉 의혹

해킹사고 처리과정에서 서버를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T가 압수수색을 당했다.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

셀트리온, 美에 1.4조 韓에 4조원 투자..."4Q 실적 턴어라운드"

일라이 릴리로부터 미국 공장을 인수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한 셀트리온은 의약품에 대한 미국 관세리스크를 털어내고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A+등급' 20곳...올해도 S등급 'O'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신한지주와 현대백화점, 현대로템 등 20개 기업이 한국ESG기준원에서 주관하는 '2025 ESG 평가'에서 통합등급 'A+'를 획득했다. 이

CJ제일제당 '빨대없는 스토어' 캠페인...대체소재로 PHA 제안

CJ제일제당이 자원순환사회연대(NGO), CJ푸드빌과 함께 일회용 석유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빨대없는 스토어 만들기(Be Straw Free)' 캠페인을

호텔신라, 친환경 운영체계 구축 나선다

호텔신라의 모든 호텔 브랜드가 친환경 호텔로 도약한다.호텔신라는 글로벌 친환경 인증기관인 '환경교육재단(FEE; Foundation for Environmental Education)'과 업

기후/환경

+

석유대국 사우디, 재생에너지 반대하다 '태세전환'

석유대국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남부 알 슈아이바2(Al Shuaibah 2) 태양광

인도네시아, 국제 탄소거래시장 진입 채비… “재생에너지 52.9GW 확충”

인도네시아가 국가 탄소시장을 국제 기준에 맞춰 정비하며 글로벌 탄소시장에 본격 진입한다.19일(현지시간) 솔라쿼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인도네

中, 재생에너지 확장에서 미국·EU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

중국이 재생에너지 확장 속도와 규모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을 넘어 세계 1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중

트럼프 기후정책 후퇴로 전세계 130만명 추가 사망 가능성

미국의 기후정책 후퇴가 전세계적으로 약 130만명의 추가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19일(현지시간) 가디언과 프로퍼블리카의 공동 분석

국민연금, ESG 책임투자 강화…'감사위원 3%룰' 반영

국민연금이 국내외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ESG 책임투자를 한층 강화한다.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COP30]"BTS에 영감받아"...K팝 팬들도 '탈탄소화' 촉구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는 브라질 벨렝에서 케이팝(K-팝) 팬들이 '문화 분야의 탈탄소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K-팝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