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칼럼] 739일만의 짜릿한 승리 그리고 홍명보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5-20 11: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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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홍명보 감독(왼쪽)이 윤빛가람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39일만의 승리. 오랜 기다림이었다. 한국프로축구 경기에서 일어났다. K리그1 울산 현대가 전북 현대를 이기는데 걸린 시간이다. 울산은 지난 19일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4대2로 승리했다. 2019년 5월 12일 2대1 승리 이후 739일 만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승리와 함께 리그 1위에 올랐다. 울산의 승리에는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패배를 떨쳐버린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은 무엇인가.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12월 울산 감독으로 취임했다. 울산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인 ACL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ACL은 전임 사령탑인 김도훈 감독이 이끌었다. 홍 감독은 취임과 동시에 울산의 팀 분위기를 분석했다. 홍 감독은 의외의 결론을 내렸다.

선수들은 ACL 우승의 기쁨을 누리면서도 K리그와 FA컵 우승을 못한 아쉬움이 매우 컸다. 현대가의 라이벌 전북에 대한 패배의식이 선수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기로 했다. 선수들을 편하게 상대했다. 부담감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했다. 우선 자신이 바뀌었다. 훈련장에 웃음이 돌도록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다. 예전에 갖고 있던 카리스마 지도자의 인상을 떨쳐 버렸다. 무서웠던 얼굴에 항상 웃음을 머금었다. 자신도 쑥스러웠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섰다. 선수들이 반응했다. 홍 감독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했다. 2021 시즌에는 전북의 벽을 넘자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소통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소통과 함께 내세운 리더십은 단결력이었다. 우리는 원팀이라는 의식을 선수에게 심어줬다. 울산에는 개인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다. 홍 감독은 개인기량보다 팀에 희생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팀보다 우수한 선수는 없다고 선수들을 다그쳤다. 개인기를 앞세운 선수는 팀을 위해 희생시켰다. 이때만은 홍 감독의 카리스마가 다시 번뜩였다. 당근과 채찍의 리더십을 선보였다. 결과는 곧 나타났다. 선수들도 홍 감독의 지시에 잘 따랐다. 모래알을 한데 뭉쳐 거대한 탑을 세웠다.

홍 감독은 패배를 거울삼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리더십을 추구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를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런던올림픽의 성공보다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가 가슴 아팠다. 축구협회 전무로 있으면서도 가슴에 응어리를 갖고 있었다. 현장에 복귀하면 두 번 다시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를 하지 않겠노라고, 울산 취임과 동시에 선수의 객관적 분석에 몰입했다. 선수의 완전한 분석이 있어야 다양한 전술을 쓸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홍 감독의 이런 자세는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는데 힘을 발휘했다. 전북 전에서 이동준의 교체 투입이 좋은 본보기다. 발이 빠른 이동준은 교체선수로 들어가 후반 30분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 골을 터뜨렸다.

홍 감독은 소통, 원팀, 반성의 리더십으로 739일 만에 전북의 패배에서 벗어났다. 실로 오랜시간이 걸렸다. 홍 감독이 앞으로 펼쳐갈 리더십에 관심이 쏠린다.



글/ 김병윤 작가
   춘천MBC 아나운서
   주간야구 기자
   내외경제(현 헤럴드경제) 기자
   SBS 스포츠국 기자
   저서 <늬들이 서울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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