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실가스 규제 폐기 발표에 '발칵'..."4.7조달러 비용 발생할 것"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3 12: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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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성 판단' 폐지 발표하는 트럼프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이 온실가스 규제의 근간이 되는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폐기하면 이로 인해 4조7000억달러(약 6782조57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해성 판단'을 폐기하면 1조3000억달러(약 1875조7700억원)를 절감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과 함께 '위해성 판단' 폐기를 공식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로 1조3000억달러를 절감하고 신차 평균가격이 3000달러(약 432만원)로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위해성 판단'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강제로 구매해야 했고, 이는 차 가격을 전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이 모든 것이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동차 가격이 급격히 하락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차를 얻게 될 것"이라며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에 대해서도 "여러 세대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하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영리 환경단체 '환경보호기금'(EDF)은 '위해성 판단' 폐기로 인해 온실가스 규제가 사라질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무려 4조70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미국은 2055년까지 연간 최대 180억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배에 달한다. 무엇보다 악화된 대기로 인해 최대 5만8000건의 조기 사망과 3700만건의 천식 발작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09년 미국은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등을 근거로 '위해성 판단'을 마련했다. '위해성 판단'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가지 핵심 온실가스가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해를 끼치는 오염원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규정을 근거로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주 정부들은 법을 제정해 자동차 배기가스와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폐기하면 미국에서 시행중인 모든 온실가스 관련 규제가 무력화된다. 안그래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미국에서 이를 막을 방법이 사라지는 셈이다. 미국은 산업혁명 이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이며, 현재도 연간 기준 배출량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규제가 사라지면 미국의 배출량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EPA가 "발전소 배출은 대기오염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추가적인 규제 해제를 예고하고 있어서, 대기오염 규제 전반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행정부의 조치에 현재 환경·보건단체와 민주당 인사들은 "환경·보건 보호 비용을 외면한 계산", "억만장자 오염기업에 대한 선물"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덜 안전해지고, 덜 건강해지며, 기후변화에 맞설 능력이 약화할 것"이라면서 "화석연료 산업만 더 많은 돈을 벌게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를 비롯한 민주당이 이끄는 주(州) 정부와 환경단체들은 소송을 예고했다. 뉴섬 주지사는 성명에서 "이 불법적 조치에 맞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 무모한 도전이 법적 도전을 견뎌낸다면, 더 치명적인 산불과 극심한 폭염 사망, 기후로 인한 홍수와 가뭄 증가, 전국 지역사회에 대한 더 큰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업계조차 전면 폐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석유협회(API)는 차량 규제에 한한 폐기는 지지하지만, 발전소 등 고정 배출원 규제까지 철폐하는 데는 선을 긋고 있다.

환경·노동연합체 블루그린얼라이언스의 제이슨 월시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의 피해는 억만장자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감당한다"며 "평범한 미국인에게 치명적 결과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미국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킨 데 이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IPCC) 탈퇴까지 선언한 지 한달 만에 나왔다. 이날 트럼프는 국방부에 석탄전력 조달 확대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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