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교 없었다면 임시정부 있었을까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8-21 11: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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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이야기] 대종교와 임시정부
임시정부 27년간 각료지낸 대종교인 37명
대종교가 없었다면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27년간 존속할 수 있었을까.

임시정부는 1919년 3월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그해에 상해에서 출범했다. 상해는 다른 나라와 연락하기도 편했지만 무엇보다 공동조계 등 특수구역이 있어 일제의 세력이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이점이 있었다. 영토가 없는 망명 정부가 들어서긴 최적의 장소였다. 상해는 또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일찍부터 활동하던 지역이기도 했다.

▲ 1946년 1월 아래 맨왼쪽은 조완구, 가운데는 신익희, 오른쪽은 조소앙이고, 뒷줄 왼쪽은 최동오, 오른쪽은 엄항섭이다.

예관 신규식과 백암 박은식 등이 주로 상해를 독립운동 기반으로 삼았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대종교 중진인물이었다. 신규식은 대한제국 군장교로 복무중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의병을 일으켜 항전하려다 실패하자 자결을 시도했다. 이때 마신 독약 후유증으로 오른쪽 눈이 못쓰게 됐다. '경술국치' 때도 자결하려 했지만 대종교 대종사 홍암 나철이 구했다. 이후 신규식은 매우 신앙심 깊은 대종교인이 됐다. 그는 망명중에도 단군의 초상과 한국지도를 방안 정결한 곳에 모시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조국의 광복을 빌었다.

신규식은 상해를 찾은 박은식·신채호, 박찬익·신건식 등과 함께 대동보국단, 동제사를 조직했다. 동제사 지도자들은 1917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국사회당대회가 열릴 때 대표를 파견했다. 한국독립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이듬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원동약소민족대회에도 대표를 보냈다. 종전(終戰)과 함께 파리 강화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에 신규식은 김규식 등 대표단을 파리에 보내기로 했다. 이때 국내외에서 만세운동을 하면서 파리 대표단에 힘을 실어줬다.

3·1운동을 전후해 국내외 독립운동 지도자와 청년지사들은 모두 상해로 집결했다. 임시정부 수립도 탄력을 받게 됐다. 1919년 4월 10일 각 지방출신 대표자들로 임시의정원을 구성했고, 의정원 회의에서 '대한민국'을 국호로 정했다. 그리고 4월 11일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대종교인 이시영은 임시정부에서 법무총장을 맡았고, 대종교인 조성환은 군무차장을 맡았다. 상해와 국내, 노령에 각각 조직됐던 임시정부 조직은 그해 9월 통합됐다. 이때 신규식이 법무총장에, 이시영이 재무총장에, 이동녕이 내무총장에 각각 임명됐다. 백암 박은식은 독립운동사 편찬과 대종교 서도본사(西道本司)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가, 이승만이 탄핵되자 2대 대통령이 됐다.

▲ 임시의정원 의원 전원이 제34회 정기의회 개원 기념사진. 맨 앞줄 왼쪽 다섯번째가 김구 주석이다.

상해 임시정부의 27년은 고난과 역경의 역사였다. 민족자결주의, 3·1 독립선언 등 절호의 기회를 이용해 독립운동을 대표하는 기관이 됐지만 이역 만리에 있는 정부다보니 국민적 뒷받침을 받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집안에 싸움이 잦다'는 속담처럼 내부분열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공산주의' 세력이 임시정부를 들쑤시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당시 국무위원이었던 백범 김구는 회고담에서 당시를 이렇게 기술했다. '한창 적에는 천여명이나 되던 독립운동자가 이제는 수십명도 못되는 형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시정부가 해방이 될 때까지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독립을 향한 대종교인들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해방이 되던 1945년 8월까지 임시정부에서 각료로 지낸 대종교인은 무려 37명에 달했다.

백암 박은식은 짧은 기간이지만 국무총리와 대통령을 지냈고, 석오 이동녕은 수석 국무위원을 여러차례 했다. 성재 이시영은 남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독립군을 양성한 공도 크지만 임시정부에서 여러 차례 재무총장(부장)을 맡아 궁핍한 재정을 책임졌다. 우천 조완구는 이시영·이동녕 등과 민족정당 한국독립당 창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대종교 포교와 독립군 활동을 했던 남파 박찬익은 거류민 생활보장을 위해 중국과 외교관계를 도맡았고, 한·중 친선협력이 유지되도록 하는데 애썼다.

청사 조성환은 임시정부 수립때 군무차장을 맡았다가, 이후 군무총장을 여러번 수행했다. 제14, 15대 내각에서는 독립전쟁을 치룰 것에 대비해 광복군 사령부 창설을 준비하기도 했다. 제16~17대의 국무위원 몽호 황학수는 일찌기 남만 방면에서 서로군정서의 참모장으로 활약한 바도 있었지만 일제의 만주 침략과 함께 이청천, 조경한 등과 함께 한중 연합군을 편성해 최후의 항전을 했다. 이범석 등과 함께 관내로 이동하며 임시정부 군사기관에 참가하고 중경에 광복군 총사령부가 설치될 무렵에는 서안특파원 또는 부관처장 등으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범석은 광복군 총사령부의 참모장으로 또는 제2지대장으로 본토 수복 작전을 위해 최후까지 노력했다.

윤세복과 김호익, 이현익 등은 백두산 서남쪽 무송현에서 흥업단을 조직해 산업진흥과 무기구입에 힘썼다. 뿐만 아니라 흥업단을 군비단, 태극단, 광복단과 통합해 '광정단'(匡正團)을 조직했다. 광정단은 장백, 안도 임강현 지방을 중심으로 항일전투를 했고, 압록강 상류를 건너 국내에서 진입작전을 펴기도 했다. 광정단은 1924년 통의부 등 여러 단체와 통합해 '정의부'(正義府)로 출발하면서 대종교 정신으로 단결된 광정단 부대는 다시 정의부 의용대로 항일전투에 참가하게 됐다. 이처럼 대종교는 임시정부의 산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 민인홍
   
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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