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로 해결될까?...가정내 플라스틱 쓰레기의 78% '식품 포장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1-17 12:28:34
  • -
  • +
  • 인쇄
그린피스 '가정집 플라스틱 집콕조사 보고서' 발간
롯데칠성, CJ, 농심 등 상위 10개사 쓰레기가 23.9%


음료수와 라면과 과자봉지, 식료품 포장 등 '식품 포장재'가 국내 가정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78%가량을 차지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17일 발간한 '2021 플라스틱 집콕조사: 일회용의 민낯'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정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 10개 중 8개가 '식품포장재'였다. 시민참여형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는 841가구(총 2671명)를 대상으로 1주일간 가정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조사와 제품군, 재질, 수량 등에 대한 실태를 기록한 것이다.

조사 결과 1주일 간 841가구에서 발생한 일회용 플라스틱은 총 7만7288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식품 포장재로 쓰인 일회용 플라스틱이 6만331개로 전체의 78.1%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배출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마스크를 포함한 개인위생용품이 1만1320개(14.6%)였다. 에어캡 등 택배 포장을 포함한 일반 포장재는 3179개(4.1%)로 그 뒤를 이었다. 결론적으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10개 가운데 8개가 식품 포장재였던 것이다.
 

▲식품포장재가 가정집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료=그린피스)


쓰레기로 배출된 식품 포장재를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음료 및 유제품류'가 전체의 32.5%(2만5126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과자·간식류'가 12.9%(9977개), '배달용기'가 7.7%(5985개)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음료 및 유제품류와 과자·간식류, 가정간편식류 등 3가지를 합친 비중이 식품 포장재 쓰레기의 53%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이는 국내 식품제조사들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라며 "식품제조사들은 이같은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킨 식품제조사는 총 4075개였다. 그런데 배출량 상위 10개 제조사가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7만7288개 가운데 1만8502개를 발생시켰다. 전체의 약 0.25% 비중에 불과한 상위 10곳이 전체 쓰레기의 23.9%를 차지한 것이다. 상위 10개사는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농심, 롯데제과, 코카콜라, 풀무원, 오뚜기, 동원F&B, 삼다수를 생산 및 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매일유업 등 굵직한 식품 대기업들이다. 이 가운데 롯데칠성음료와 CJ제일제당, 농심은 각각 2000개가 넘는 포장재를 배출했다.

▲식품포장재 배출량 상위 10개 제조사의 비중 (자료=그린피스)


집콕조사에 참여한 시민 김은정씨는 "아무리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플라스틱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조사에 참여하면서 알게 됐다"며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기업의 제품 생산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염정훈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최악의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거대 기업들이 플라스틱 사용량을 공개하고, 과감한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아직 책임에 걸맞은 목표와 로드맵을 제시한 기업은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요 기업들이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없애고, 한 번 쓰고 버리는 선형경제 시스템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순환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책임경영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의 투명한 공개 △기업별 감축계획 및 이행현황 공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 등을 촉구했다.

한편 유럽 플라스틱 산업협회인 플라스틱스유럽(Plastics Europe)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6700만톤에 달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30~2035년에는 2015년의 2배, 2050년에는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각국 정부와 기업이 내놓은 플라스틱 감축 약속을 모두 지킨다고 해도, 연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의 양은 고작 7%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라는 어두운 예측도 나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