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교와 독립운동에 일평생을 바친 '보본 엄주천'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12-18 08:01:01
  • -
  • +
  • 인쇄
[독립운동가 이야기] 나철의 순명길 동행한
그는 스승 나철이 내려준 이름대로 살았다
▲나철이 구월산 삼성산 순명길을 떠나기에 앞서 사리원역에서 찍은 기념사진. 앞줄 왼쪽부터 백연 김두봉, 홍암 나철, 보본 엄주천, 설도 김서종.


'보본'(普本) 엄주천(嚴柱天) 선생의 이름은 본명이 아니다. 본관이 영월(寧越)인 그의 원래 이름은 엄주동이다. 엄주천은 대종교의 나철 대종사가 내려준 교명이다. 

엄주천 선생은 1897년 5월 23일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 591번지에서 아버지 엄재영과 어머니 김해김씨 사이에서 2남8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청소년기에 공부를 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그는 1911년 보성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청진동 223번지에 살았다. 1912년 대종교에 입교한 그를 나철 대종사는 예사롭게 보지 않았다. 그래서 나철 대종사는 대종교를 위하고 구국하라는 깊은 뜻을 담아 '엄주천'이라는 교명과 '보본'이라는 호를 그에게 내려줬다.

'주천'(柱天)은 한배님의 기둥이 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보본'은 병일본(並日本)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보본에서 '보'(普)를 두 글자로 나눠서 보면 병일본(並日本)이 되고, 두 글자를 합쳐서 보면 보본(普本)이 된다. 나철 대종사는 엄주천이 대종교와 구국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랐고 그런 뜻에서 그의 마지막 순명길까지 데리고 간 것이다.

나철의 바람대로 엄주천은 교명과 호에 걸맞은 구국활동을 했다. 대표적인 업적은 1915년 3월 경성고보 교원양성소에 입학해 비밀결사 단체 '조선산직장려계'에서 활동한 것이다. 보성중학 동창인 이진석과 함께 이 단체에 가입한 후 서기를 맡았다. 그는 '조선의 혼'을 고취시키고 일본인들에게 빼앗긴 각종 사업을 한국인 스스로 일으킬 수 있도록 역량을 배가시키는 활동을 전개했다.

엄주천 선생은 나철의 순명길을 함께 했다. 나철은 그에게 1916년 음력 8월 4일 구월산 봉행길에 동참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그는 나철 순명길을 시봉(侍奉)하게 된 것이다. 그는 스승 나철의 유서에 따라 유품 일체를 받아 상해로 망명해 예관 신규식에게 이를 전달했다. 이후 그는 신규식 휘하에 들어가 구국활동을 펼쳤다.

1916년 1월, 만주 무송현에서 대종교 종립학교인 백산학교 교장을 비롯해 윤세복-윤필한-이재유-성호-윤창렬 등이 서대령 지역 밀정 여러 명을 1915년 3월과 9월에 두차례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투옥과 심문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신규식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측 장작림을 만났는데, 이때 엄주천을 수행원으로 동행했다. 신규식 선생이 회담을 통해 18개월간 구금돼 있던 13명의 독립투사들을 석방시키고 교포 700명의 연서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데 엄주천이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1917년 3월 5일에는 엄주천을 비롯한 '조선식산장려계' 임원과 계원들은 보안법 위반으로 사법조치를 당했다. 이후 엄주천은 중국으로 망명해 대종교 서도 본사(신규식), 총본사(김교헌), 동도 본사(서일)간에 핵심 연락책으로 활약했다. 1921년 8월 28일 서일이 자진 순교하자, 엄주천 선생은 그의 유서를 대종교 총본사의 김교헌 종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엄주천 선생은 1922년 3월 15일~1923년 2월 28일까지 중국 길림성 연길현 대종교 동도 본사 선리부령을 맡아, 관할 시교당(연길-화룡-왕청-훈춘)을 책임지고 관리했다. 그러면서 군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시내에서 미곡상도 운영했다. 1926년 11월에는 독립군 연락 거점에 대한 밀고로 일정에게 붙잡혀 혹독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치열하게 독립투쟁을 하던 중 해방이 되자, 그는 1946년 음력 2월 28일 대종교 총본사가 서울로 환국할 때 함께 왔다. 이후 그는 1946년~1949년까지 대종교 총본사에서 교무행정의 중추 요직인 전리와 전범을 맡았다. 이처럼 엄주천 선생은 스승 나철이 지어준 '보본'이라는 호의 의미를 한평생 충실히 실천한 후 1974년 2월 15일 서울 자택에서 78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선생은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 현재 그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전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탄소제거에 흙까지 이용하는 MS...12년간 285만톤 제거 계획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탄소배출량이 갈수록 늘어나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토양을 이용한 탄소제거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ESG;스코어] 'CBAM 대응체계' 가장 꼼꼼한 철강업체는 어디?

올해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전기 등 탄소배출량이 높은 6개 수입품목에 대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국내 철강사

"화석연료 손뗀다더니"...게이츠재단, 석유·가스社 지분 야금야금 늘려

빌 게이츠가 "화석연료 기업에서 손을 뗐다"고 공개 선언한지 5년이 지났지만, 게이츠재단은 여전히 석유·가스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것

구글 '2030 넷제로' 이상무?…美서 청정에너지 1.2GW 확보

구글이 미국에서 청정에너지 1.2기가와트(GW)를 확보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로 '203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산업부 '탄소중립 프로젝트' 경매제 도입...기업별 50억 지원

산업통상부가 오는 21일부터 2월 25일까지 '탄소중립 설비투자 프로젝트 경매사업'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20일 밝혔다.이 사업은 정부 지원 예산 대비

"탄소감축 사업 대출이자 지원"...기후부, 올해 3조원 푼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위해 신규대출을 받는 기업에게 올해 3조원 규모의 대출이자를 지원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기후/환경

+

달라지는 남극 날씨에...펭귄, 번식기가 빨라졌다

남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펭귄들이 새끼를 빨리 낳고 있다.20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옥스퍼드 브룩스대학 연구팀은 2012년~2022년까지 남극

물이 고갈되는 지역 늘고 있다..."경제·금융리스크로 번질 것”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물 위기'가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와 금융 전반을 흔드는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유엔대학 수자원·

[날씨] 내일 더 춥다...영하 20℃ 한파에 폭설까지

대한(大寒)을 맞아 찾아온 강추위가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현재 베링해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 북동쪽 대기 상층에 자리한 고기압과 저기

해양온난화로 대형 해조류 매년 13.4% 늘었다

해양 온난화와 인간 활동으로 전 세계 바다에서 해조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상태

[날씨] 냉동고에 갇힌 한반도...칼바람 점점 심해진다

소한(小寒)에 한파가 덮치더니, 대한(大寒)에는 더 강한 한파가 몰려왔다.20일 우리나라 주변 서쪽에 고기압, 동쪽에 저기압이 자리한 '서고동저' 기압

[팩트체크②] 커피·카카오·올리브 가격인상...기후변화 탓일까?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작물의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 가격인상이 오롯이 기후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