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천연가스 '녹색' 규정한 EU택소노미 최종안...'찬반' 엇갈린 EU회원국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2-03 11: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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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 최종 논의한 뒤 내년 1월 시행 예정
의견차 극명...독일·오스트리아 '원자력 반대'

 

유럽연합(EU)이 1년이 넘는 장고 끝에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를 'EU 택소노미' 최종안에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분류하면서 유럽국가들 사이에서 이해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유럽집행위원회(EC)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EU 택소노미' 최종안을 발의했다. EU 택소노미는 탄소중립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금융권과 투자자가 금융지원 대상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분류체계다. EU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못하면 자금조달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기업들에 구속력 있는 지침이 될 전망이다.

EU 택소노미는 그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화석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환경적 영향이 심각한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 포함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어왔다. 이번 최종안은 지난달 공개된 초안의 조건을 소폭 조정해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 포함을 확정시켰다. 매이리드 맥기네스(Mairead McGuinness)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기후 중립으로의 힘든 전환을 위해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지 제시한 것"이라며 "녹색분류에 포함되기 위한 조건을 엄격하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최종안에 따르면 천연가스 발전의 경우 1킬로와트시(kW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 CO2eq(주요 직접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단위) 미만이거나 20년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550kg CO2eq 미만인 경우 녹색으로 분류된다. 또 천연가스 발전소는 2035년까지 바이오가스, 바이오메탄, 수소 등을 포함한 '저탄소 가스'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초안에서 제시했던 2026년부터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조항은 제외됐다.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 처리계획과 그것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자금 및 부지가 있어야 한다. 또 신규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2045년 이전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발전소의 수명 연장도 친환경으로 간주되지만, 수명 연장에 앞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기준을 달성해야 한다.

이번 최종안이 승인되면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EU 택소노미 규정은 2023년 1월부터 시행된다. 승인되기 앞서 이번 최종안은 4개월간 EU 회원국과 유럽의회(EP)의 공식 논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환경운동가들과 EU 회원국 사이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일례로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EP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최종안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 발전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는 입장이다. EU 택소노미 최종안 승인을 막으려면 27개 EU회원국 가운데 20개국이 반대하거나, EP 의석수 705개 가운데 과반인 353개를 확보해야 한다. 이들은 현재까지 250개 의석을 확보했다.

천연가스를 둘러싼 논란도 과열되고 있다. 석탄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 폴란드와 불가리아는 석탄화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덴마크와 아일랜드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EU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대치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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