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과정에서 메탄과 발암물질 배출 확인
천연가스는 과연 친환경 에너지일까?
천연가스는 석탄과 석유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과도기적 에너지'로 손꼽히고 있다. 석탄과 석유처럼 화석연료이지만 유해물질이 상대적으로 덜 배출된다는 점에서 '청정연료'로도 인식되고 있다. 특히 석탄발전 비중이 높고 태양광·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천연가스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연가스를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석탄과 석유에 비해 유해물질이 덜하다고 하지만 천연가스 역시 화석연료라는 점에서 유해물질이 전혀 없는 청정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탄소로 가기 위한 에너지믹스에서 천연가스는 배제할 수 없는 에너지원인 것은 분명하므로 무조건 배척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천연가스를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킨 EU택소노미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천연가스를 녹색에너지로 포함시킨 것이다. 그런데 최근 유럽연합(EU)의회 소위원회에서 천연가스를 EU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EU집행위원회의 최종안을 부결시키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유럽의회는 오는 7월 6일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유럽의회의 결정 여부에 따라, 천연가스를 둘러싼 '녹색' 논란은 유럽을 넘어 국내에서도 제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 천연가스는 에너지믹스 위한 '필요악'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지만 석유나 석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다. 천연가스를 영하 162℃에서 냉각해 액체로 만든 액화천연가스(LN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화력발전의 절반 수준이다. 초미세먼지 배출은 석탄의 8분의 1,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은 3분의 1 정도다. 필요에 따라 껐다켰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당장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출 수 없는 지역에서 천연가스는 아주 유용하다. 그래서 천연가스를 '브릿지 에너지'라고도 한다. 특히 석탄발전 비중이 3분의 1이 넘는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하기까지 천연가스의 역할이 '브릿지 에너지'로서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발전비중은 원자력이 23.4%, 석탄이 41.9%, LNG가 26.8%, 재생에너지 6.2%다.
우리나라가 수립해 유엔에 제출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르면 2018년보다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석탄발전 비중은 21.8%로 줄이고, LNG도 19.5%로 감축하는 것으로 돼 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30.2%로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원자력은 23.9%로 소폭 늘리는 것으로 돼 있다. 천연가스의 역할은 재생에너지가 확충될 때까지 석탄발전을 대체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천연가스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34%인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7.5%에 불과하다. 2018년에 비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겨우 1.3%포인트(p) 늘어나는데 그쳤다. 게다가 새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충시기를 늦춰잡고 있고, 이 과정의 에너지믹스에 원자력과 더불어 천연가스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 국내 천연가스 수요는 2020년보다 최대 21.9%로 증가할 전망이다.
◇ 천연가스의 메탄 배출 '어쩌나'
문제는 천연가스의 친환경성이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천연가스가 채굴, 정제, 액화, 수송, 재가스화 등 생애주기 전 과정을 거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기존 화석연료와 큰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무려 84배 높은 메탄을 배출한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더군다나 천연가스는 인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2020년 감사원은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실태'를 발간하면서 이 문제를 짚은 바 있다. 천연가스는 가동 초기에 불완전연소가 발생해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마치 트럭이 시동을 걸거나 가스레인지를 켤 때와 같다. 이 물질들은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만성 폐쇄성 폐질환, 천식, 암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그런데도 천연가스는 '친환경 에너지'로 홍보되는 탓에, 도심에 LNG발전소들이 들어서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의 서울복합화력발전소(당인리발전소)에서 2021년 한해동안 222톤의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 이는 서울 강남구, 노원구, 마포구 등 3개 쓰레기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양 150톤을 한참 웃돈다.
이에 당인리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진형 당인리발전소 공해문제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발전소가 가동될 때 알림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마포구에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질소산화물에 대한 피해가 아직까지 없으니 대처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피해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환경부의 직무유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천연가스 확대 아닌 '출구전략' 고민해야
미국 로키마운틴연구소(RMI)에 따르면 2035년까지 건설예정인 천연가스 발전소의 90%가 경제성이 낮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강화되면서 수명연한 내에 적자로 발전소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천연가스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미국을 사례로 든 것이므로, 다른 국가에서는 경제성이 더 낮을 수 있다.
영국 기후금융 싱크탱크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가 지난 4월 발간한 '아시아 지역 LNG발전소의 경제성 및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 가격이 기록적인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면서 "가스발전소의 가장 큰 비용이 연료비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의 가스자산 투자는 리스크를 키우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스발전소를 더 늘리는 추세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스복합화력발전소 71기, 열병합발전소 28기를 더해 총 99기의 천연가스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5기는 현재 건설중이다. 이 와중에 RE100에 가입한 현대자동차는 2025년 울산공장 내 LNG열병합발전소 건립 계획을 세웠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잠정 중단했다.
조규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우리나라 가스발전소는 이미 많이 들어섰고, 이용률이 10%도 안되는 곳이 절반 이상"이라며 "가스발전 설비를 늘리는 것은 경제성 차원에서도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개발돼 있는 가스전, 석탄, 석유만 하더라도 탄소예산(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사용가능한 탄소배출량)을 훌쩍 넘어선다"며 "경제성 차원에서나 온실가스 차원에서 가스발전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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