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협약·람사르 협약·부쿠레슈티 조약 위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저지른 환경파괴로 우크라이나는 전쟁중인 현재 뿐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The Hill)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환경보호 및 천연자원부 이리나 스타브척(Iryna Stavchuk) 부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국제법, 인권, 환경 및 핵 안보, 국제평화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라면서 "이는 세계적인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쟁의 환경적 영향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규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러시아의 '환경 제노사이드' 규탄
스타브척 부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유엔(UN)에 제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의 65%를 감축하기로 명시돼 있다"며 "전쟁이 끝난 뒤 도시 재건을 위해 필요한 콘크리트와 철근만 하더라도 생산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기후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으로 인한 환경 피해 보고서를 발간해 유네스코(UNESCO) 생태지구과학국 산하 '인간과 생물권 사업'(Man and the Biosphere Programme·MAB) 국제조정이사회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킬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1971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MAB을 시작했고, 자연보전뿐만 아니라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까지 고려하는 '생물권'이라는 용어를 국제사회에 처음 도입했다.
보고서는 이번 전쟁으로 "무분별한 착취가 진행되고 있고,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면서 "가장 잔혹한 형태의 '환경적 제노사이드'가 벌어지고 있다"며 환경과 관련한 국제조약을 수차례 위반한 러시아의 환경범죄를 규탄했다.
◇원전 시설 포격...IAEA협약 위반
가장 심각한 조약 위반 사례로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위협이 꼽힌다. 평화적 목적의 원전 시설에 대한 무장공격이나 위협은 UN 헌장, 제네바협약에 대한 추가의정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약에 대한 위반이다.
러시아는 전략적인 이유로 침공 초기 체르노빌 원전을 가장 먼저 점거했고, 유럽 최대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을 가했다. 특히 체르노빌에서는 1986년 폭발사고로 히로시마 원폭 투하 때보다 1000배 더 많은 방사능 물질이 방출됐고, 20만명이 평생 방사능 정기검진을 받게되면서 세계적인 반핵운동의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체르노빌 참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 27일 류드밀라 데니소바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담당관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출입금지구역에서 31건의 화재가 발생해 1만㏊가 넘는 삼림이 소실됐다. 산불은 진압된 상황이지만 언제고 땅속에 남아있는 불씨가 연기와 바람을 타고 넘어와 원전 인근으로 확산할 수 있는 상황이다.
◇토양에 스며드는 독극물...람사르 협약 위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산업단지와 식수공급 및 하수처리 시설을 집중 폭격하면서 독극물과 화학물질이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오염물질이 지하수에도 스며들면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심각한 물부족을 겪고 있다. 또 39만7700㏊에 달하는 람사르 등록 습지 14곳 그리고 20여개의 자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이 파괴됐다.
람사르 등록 습지는 람사르 협약으로 선정돼 국제적인 중요성을 지닌 습지를 말한다. 람사르 협약은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물새 서식 습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채택됐다. 이는 자연자원과 서식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최초의 국제협약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습지가 파괴됨에 따라 철새들의 이동경로가 교란되고, 소나무, 삼나무, 향나무, 주목, 난초, 늑대, 느시 등을 포함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보호받지 못하면서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항만파괴로 수질오염 심각...부쿠레슈티 조약 위반
지난 14일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남부를 포격하면서 방사능 오염수가 우크라이나 국토를 반으로 가르는 2290km 길이의 드니프로 강에 처리 과정 없이 누출됐다. 드니프로 강의 물줄기는 흑해로 흘러들어간다.
게다가 러시아는 아조우해에 위치한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남부해안의 주요 요충지를 겨냥하면서 항만시설을 파괴하고 있다. 함선을 위해 연료를 비축해 둔 저장고나 기름을 실은 선박들이 침몰하면서 해양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1992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포함한 흑해 연안국들이 흑해를 환경오염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루마니아에서 맺은 부쿠레슈티 조약을 위반한다.
이처럼 수차례 국제환경조약을 위반한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1977년 채택된 제네바협약 제1 추가의정서에 따르면 각국은 광범위하고 장기적으로 심대한 위해로부터 자연환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의도하거나 이같은 영향이 예상되는 전쟁수단을 금지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관련 조처를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취하도록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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