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플랑스톤, 겨울엔 매서운 바람이 작용

바다가 습기를 흡수하는 '물먹는 하마'처럼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이기택 교수와 김자명 연구조교수 연구팀은 국립해양조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립수산과학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북동중국해 해역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7년간 관측한 해양 탄소를 분석했다. 이어도 과학기지는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수중 암초에 설치돼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가운데에 있는 이곳은 동북아시아 대기 환경을 분석할 수 있는 장소이자, 미래 해양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분석 결과, 봄과 여름철 이어도 과학기지 해역에서는 식물 플랑크톤이 급격히 늘어났다. 4~8월 사이에 중국 양쯔강에서 식물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는 영양염이 대량으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영양염(nutrient, 營養鹽)은 수중 미생물의 생육과 증식에 필요한 무기성 원소다.
식물 플랑크톤의 광합성이 활발할수록 해양 표층의 탄소 농도가 줄어들면서 대기중 이산화탄소는 바닷속으로 더 많이 흡수됐다.
뿐만 아니라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거세지는 겨울철에는 바다 표면의 이산화탄소 용해 반응과 대기~해양간 기체 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로 인해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북동중국해 해역은 여름엔 식물 플랑스톤이, 겨울엔 매서운 바람이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이산화탄소 순흡수량은 연간 61.7g에 달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 해역에서는 연간 약 2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제거된다고 연구팀은 추산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연안의 얕은 해역에서 흡수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인근 대양의 심층으로 이동하면, 해양이 한층 효과적으로 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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