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주장' 지양권고한 'OECD 가이드라인' 위반
석탄발전을 바이오매스로 전환하면 탄소배출이 줄어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바이오매스 발전소들이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그린워싱' 혐의로 국제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1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영국사무소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의 2595메가와트(MW) 규모로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영국 드랙스그룹(Drax Group)을 대상으로 추가조사를 결정했다. '그린워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OECD의 이번 추가조사는 라이프스케이프 프로젝트(The Lifescape Project), 왕실조류보호협회(RSPB) 등 환경단체 6곳이 드랙스그룹을 상대로 그린워싱을 의심하며 이의를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적극 홍보하는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등 국내 발전공기업과 GS EPS, SGC에너지 등 민간사업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 정부로부터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받았던 드랙스는 그동안 자사의 바이오매스 발전이 탄소중립적이라고 홍보해왔다. 기존 석탄발전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한 후 탄소배출을 90% 줄였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또 목재펠릿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통째로 벌채하지 않으며, 산림도 훼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드랙스의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과 생물다양성 등 환경영향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잘못되거나 거짓된 주장을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드랙스가 이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잘못된 주장을 계속해서 펼쳤다며 이를 근거로 이의제기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산림법률협력(Forest Litigation Collaborative) 등 유럽과 북미의 싱크탱크와 환경단체들은 드랙스그룹이 바이오매스 그린워싱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의제기 신청서를 영국 NCP에 제출했던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드랙스 발전소는 연간 148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영국 최대의 단일 탄소배출원이다.
드랙스그룹은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의 노령림을 무분별하게 벌채하고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위협해 비판받았던 '피나클 재생에너지'(Pinnacle Renewable Energy) 등 바이오매스 기업들을 인수한 바 있다. 피나클 재생에너지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온대림에서 벌목 사업을 하던 기업으로, 올해부터 국내 수출무역업을 하는 GS글로벌에 연간 10만톤의 캐나다산 목재펠릿을 공급한다고 보도된 바 있다.
과학계는 바이오매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보다 많고, 벌채한 곳에 새로운 나무를 심어도 이미 배출된 탄소를 2050년까지 재흡수할 수 없다고 우려해왔다. 목재펠릿 연소에 의한 탄소배출은 즉각적이지만,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는 데는 수 십년 이상이 걸려 기후변화를 오히려 악화한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바이오매스는 친환경적 에너지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S&P는 지난해 이미 드랙스를 글로벌 청정에너지 지수에서 퇴출시켰다"면서 "영국 NCP의 결정은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그린워싱에 제동을 거는 첫걸음으로, 우리 정부와 업계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바이오매스로 충당하려는 꼼수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1차 평가에 따라 영국 NCP는 신청인들과 드랙스간의 조정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NCP는 드랙스의 주장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지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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