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과 합의점 못찾으면서 소송까지 불사
카카오게임즈와 엔씨소프트 이용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전에 나설 태세다.
22일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지난 21일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를 소송대리로 선임하고,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환불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 게임 '리니지2M' 이용자들까지 연대해 단체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두 게임사는 비상이 걸렸다.
우마무스메는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서브컬처 모바일게임으로, 올 6월 카카오게임즈가 한글버전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마무스메'는 실존하는 경주마 이름과 역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육성하고 경쟁하는 스포츠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출시 직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서비스 두달만인 지난 8월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서비스보다 게임 이벤트기간이 짧고, 유료 재화지급이 적은 데다 각종 오류와 오역으로 일본서비스보다 품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통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면서 결국 이용자들은 마차시위에 나섰다.
이에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이달 3일 공식카페에 "국내 서비스의 미흡한 운영으로 고객님들께 많은 불편함과 큰 실망감을 안겨 드렸다"며 "깊이 반성하고 머리숙여 사죄드린다"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불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운영진은 지난 18일 이용자들과 8시간에 걸친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용자들의 요구를 다수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용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며 보상을 요구한 '키타산 블랙 SSR' 픽업 단축에 대해 게임 운영진이 답을 피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키타산 블랙 SSR'은 게임에서 높은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뽑을 확률이 높은 '픽업 이벤트'가 진행중인 기간에 우마무스메 일매출은 150억원을 찍기도 했다. 그런데 이벤트 종료 3시간전에 게임 서버점검이 진행되면서 재화를 모아둔 이용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이다.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은 불만을 제기하자, 지승헌 카카오게임즈 사업실장은 "공지 미흡으로 인한 불편을 끼쳤다"고 사과하면서도 "이는 고객의 개별 선택이었고, 이를 피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변하면서 합의는 무산됐던 것이다. 게다가 게임 운영진은 "여러가지 구제책을 마련하겠지만, 환불 여부는 당장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히면서, 환불소송에 불을 지폈다.
이후 21일 우마무스메 운영진은 공지를 통해 고위 책임자를 교체하고 대표이사 직속 TF를 설치하는 등 서비스 개선 의지를 강하게 보였으나 이용자들의 소송 진행을 막진 못했다. 우마무스메 소비자 대표 정주한(닉네임 유니짱스) 씨는 22일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공지된 내용들이 간담회에서 나왔다면 소송사태까지 진행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소통을 위한 준비기간을 줬음에도 대응이 늦어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서 "책임자가 바뀐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우마무스메 소송에 참여하는 이용자는 21일 기준 7100여명으로, 소송규모가 약 90억원으로 추산된다. 소송자 대표 김성수(닉네임 simon419) 씨는 지난 19일 커뮤니티를 통해 "변호사와 함께 피해사례에 대한 환불 혹은 대체안, 피해사례 재발방지 및 대안책, 피해사례로 인한 퍼블리셔 이전 등의 사안을 검토해 늦어도 금요일에 소송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우마무스메 환불소송을 주도하는 '소송총대'는 엔씨소프트 '리니지2M' 소송자들과 진행사항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등 연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에 대한 프로모션이 없다고 해놓고 BJ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 밝혀지면서 이른바 '뒷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분노한 이용자들이 대규모 트럭 시위를 강행하며 법무법인 부산을 선임해 단체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소송에 참여하는 이용자는 396명으로, 소송규모는 약 60억원에 이른다.
소송자 대표 김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카카오게임즈가 더이상 이용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소통하고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인정하길 바란다"며 "구체적인 보상안과 문제점 해결이 보일 때까지 소송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 승소를 기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이 연대해서 게임사의 운영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관련법을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결제 후 사용하지 않은 게임의 재화는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 환불 가능하도록 돼 있다.
다만 이번 논란이 법정공방까지 이어져 장기화된다면 카카오게임즈로서는 큰 부담이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소송에 대해 "이용자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할 것"이라며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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