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녹색성장위' 등떠밀려 출범?...尹 "어쩔 수 없이 이행"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6 17:26:53
  • -
  • +
  • 인쇄
32명의 민간위원과 21개 정부기관이 참여
'탄소중립, 녹색성장' 비전과 추진전략 수립
▲26일 공식 출범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4개 분과위 민간위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가 26일 공식 출범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이행"한다고 밝히면서 전 정부와 바뀐 기조로 탄소중립이 추진될 것임을 시사했다.

탄녹위는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추진전략 등을 심의하고 이 전략을 토대로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 감축수단별 구체적 정책을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과 국가 기본계획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목표에 대해 "국민 부담이 어떤 것인지 과연 제대로 짚어보고 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과거 탄소중립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는데 국민과 산업계에서 어리둥절한 바 있다"며 "과학적 근거도 없고 산업계의 여론 수렴이라던가(하지 않고) 로드맵도 정하지 않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찌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해야 한다"라며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은 인정했다.

◇ 정부보다 민간, 도시보다 지방이 주도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첫번째 전체회의에서는 탄소중립·녹색성장 4대 전략과 12대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균형잡힌 에너지정책"을 강조하면서 "원전의 적극적인 활용과 재생에너지와의 조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모두를 달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소중립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의 변화와 혁신이 주체가 돼야 한다"며 "정부는 재정, 세제, 연구개발(R&D), 규제혁신 등을 종합적·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탄녹위는 정부보다 민간이 주축이 돼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추진하게 된다. 민간이 기후기술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 추진 시 기획부터 상용화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관리하며, 전문인력 양성과 불합리한 규제의 발굴·개선까지 탄소중립을 가속하는 전면에 나서게 된다.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무공해차, 재생에너지, 수소산업,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핵심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미래시장을 창출·선도하는데도 민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고,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정례회의체를 운영하는 등 지방이 중심이 된 탄소중립 정책을 내실화할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조례 제정, 지방위원회 구성, 2027년까지 100개 지원센터 설립으로 지방 탄소중립 정책을 위한 이행 체계가 구축될 예정이다.

아울러 탄녹위는 원전 확대와 신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활용, 석탄발전 감축과 무탄소 신전원 도입, 미래형 전력망 구축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하고 균형잡힌 '전원 믹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미 발표된 대로 원전의 경우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2030년까지 운영 허가가 만료되는 10기의 원전을 계속 운전한다. 반면 현재 57기를 운영 중인 석탄발전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노후 석탄발전기 20기를 폐지하기로 했다.

세액공제, 금융지원을 통한 산업공정 전환 지원과 건물에너지 효율기준 강화, 모빌리티 친환경화 등을 통한 국토 전체의 저탄소화도 위원회가 중점 추진할 과제로 정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4대 전략과 12개 추진과제 (자료=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 한국형 100대 탄소중립 핵심기술 선정

탄녹위는 이날 '한국형' 탄소중립 핵심기술 100가지 선정해 육성하겠다고 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기술을 비롯해 어두운 색이 아닌 투명한 패널로 전기를 생산하는 '사용처 다변형 태양광 시스템 기술' 등이 이에 포함된다. 풍력 발전과 관련해선 '해상 풍력 발전 부유체', '초대형 풍력 터빈' 등이 개발된다. 좁은 국토 면적을 고려해 육상이 아닌 해상에서도 풍력 발전을 하고, 터빈을 크게 만들어 발전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고효율 발전 기술 외에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로 에너지' 건축 기술도 포함됐다. 초단열 자재, 버려지는 에너지 활용 등을 통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또 국내에 내연 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가 많은 상황에 따라 친환경 자동차 관련 기술도 들어갔다. 전기차의 핵심인 2차 전지 기술과 전력 손실을 줄이는 전력 반도체 기술 등이다.

이밖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에 묻는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저탄소 재료를 활용하는 철강 제조,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 등도 포함됐다.

한국형 탄소중립 핵심기술 100가지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거쳐 올해 안에 확정될 예정이다.

(자료=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한편 탄녹위는 올 3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에 따라 설립됐다. 정부는 종전 '탄소중립위원회'(대통령령)와 '녹색성장위원회'(녹색성장기본법)를 통합해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단일화했다. 또 76명에 달하던 위촉직 민간위원을 분야별 전문가 위주로 32명으로 축소하는 한편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분과위원회도 8개에서 4개로 줄였다.

탄녹위 민간위원장에는 김상협 카이스트 부총장이 임명됐고, 온실가스 감축 분야 위원으로는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과 교수와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촉됐고, 에너지·산업 전환 분야 위원에는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지희 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