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녹색성장' 비전과 추진전략 수립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가 26일 공식 출범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이행"한다고 밝히면서 전 정부와 바뀐 기조로 탄소중립이 추진될 것임을 시사했다.
탄녹위는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추진전략 등을 심의하고 이 전략을 토대로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 감축수단별 구체적 정책을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과 국가 기본계획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목표에 대해 "국민 부담이 어떤 것인지 과연 제대로 짚어보고 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과거 탄소중립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는데 국민과 산업계에서 어리둥절한 바 있다"며 "과학적 근거도 없고 산업계의 여론 수렴이라던가(하지 않고) 로드맵도 정하지 않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찌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해야 한다"라며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은 인정했다.
◇ 정부보다 민간, 도시보다 지방이 주도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첫번째 전체회의에서는 탄소중립·녹색성장 4대 전략과 12대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균형잡힌 에너지정책"을 강조하면서 "원전의 적극적인 활용과 재생에너지와의 조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모두를 달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소중립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의 변화와 혁신이 주체가 돼야 한다"며 "정부는 재정, 세제, 연구개발(R&D), 규제혁신 등을 종합적·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탄녹위는 정부보다 민간이 주축이 돼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추진하게 된다. 민간이 기후기술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 추진 시 기획부터 상용화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관리하며, 전문인력 양성과 불합리한 규제의 발굴·개선까지 탄소중립을 가속하는 전면에 나서게 된다.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무공해차, 재생에너지, 수소산업,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핵심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미래시장을 창출·선도하는데도 민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고,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정례회의체를 운영하는 등 지방이 중심이 된 탄소중립 정책을 내실화할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조례 제정, 지방위원회 구성, 2027년까지 100개 지원센터 설립으로 지방 탄소중립 정책을 위한 이행 체계가 구축될 예정이다.
아울러 탄녹위는 원전 확대와 신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활용, 석탄발전 감축과 무탄소 신전원 도입, 미래형 전력망 구축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하고 균형잡힌 '전원 믹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미 발표된 대로 원전의 경우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2030년까지 운영 허가가 만료되는 10기의 원전을 계속 운전한다. 반면 현재 57기를 운영 중인 석탄발전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노후 석탄발전기 20기를 폐지하기로 했다.
세액공제, 금융지원을 통한 산업공정 전환 지원과 건물에너지 효율기준 강화, 모빌리티 친환경화 등을 통한 국토 전체의 저탄소화도 위원회가 중점 추진할 과제로 정했다.
◇ 한국형 100대 탄소중립 핵심기술 선정
탄녹위는 이날 '한국형' 탄소중립 핵심기술 100가지 선정해 육성하겠다고 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기술을 비롯해 어두운 색이 아닌 투명한 패널로 전기를 생산하는 '사용처 다변형 태양광 시스템 기술' 등이 이에 포함된다. 풍력 발전과 관련해선 '해상 풍력 발전 부유체', '초대형 풍력 터빈' 등이 개발된다. 좁은 국토 면적을 고려해 육상이 아닌 해상에서도 풍력 발전을 하고, 터빈을 크게 만들어 발전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고효율 발전 기술 외에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로 에너지' 건축 기술도 포함됐다. 초단열 자재, 버려지는 에너지 활용 등을 통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또 국내에 내연 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가 많은 상황에 따라 친환경 자동차 관련 기술도 들어갔다. 전기차의 핵심인 2차 전지 기술과 전력 손실을 줄이는 전력 반도체 기술 등이다.
이밖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에 묻는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저탄소 재료를 활용하는 철강 제조,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 등도 포함됐다.
한국형 탄소중립 핵심기술 100가지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거쳐 올해 안에 확정될 예정이다.
한편 탄녹위는 올 3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에 따라 설립됐다. 정부는 종전 '탄소중립위원회'(대통령령)와 '녹색성장위원회'(녹색성장기본법)를 통합해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단일화했다. 또 76명에 달하던 위촉직 민간위원을 분야별 전문가 위주로 32명으로 축소하는 한편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분과위원회도 8개에서 4개로 줄였다.
탄녹위 민간위원장에는 김상협 카이스트 부총장이 임명됐고, 온실가스 감축 분야 위원으로는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과 교수와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촉됐고, 에너지·산업 전환 분야 위원에는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지희 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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