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된 화석연료 모두 쓰면 '온실가스 3.5조톤' 배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9-20 15:31:11
  • -
  • +
  • 인쇄
"앞으로 배출량, 산업혁명 이후보다 더 클 것"

지구에 매장된 화석연료를 모두 채굴해서 사용하면 3조5000억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싱크탱크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는 화석연료 생산현황을 조사한 결과 석탄·석유·가스 매장량을 모두 사용할 경우 3조5000억톤에 이르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 양보다 훨씬 더 큰 수치로, 지구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기까지 남은 탄소예산을 날려버리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카본트래커 분석에 따르면 모든 국가의 화석연료 보유량은 남은 탄소예산을 7배나 초과하는 수준이다. 미국과 러시아만 해도 각각 남은 탄소예산을 모두 쓰고도 남을 화석연료를 비축하고 있다.

미국 내 매장된 화석연료를 모두 사용할 경우 그 배출량이 5770억톤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270억톤은 이미 미국에서 개발중인 332억배럴의 석유채굴 프로젝트에서 배출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최초의 기후변화법안을 주재하고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의 행정부는 BP의 딥워터 호라이즌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멕시코 걸프만 연안을 포함해 석유·가스 시추임대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는 4900억톤의 온실가스를 방출할 화석연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110억톤을 배출할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인도, 호주 또한 각각 세계를 기후붕괴로 몰아넣을 수준의 화석연료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5도 이상의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앞으로 배출가능한 온실가스가 불과 4000억~5000억톤밖에 되지 않는다고 추정했다. 즉 10년 내로 배출량을 절반가량 대폭 줄이고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배출 넷제로(0)에 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지구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새로운 화석연료 임대 및 추출의 중단은 대체로 거부했다.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로 합의했으나 30년에 걸친 국제회담에서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를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회담에서야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이끌어냈다.

이를 두고 마크 캄파날레(Mark Campanale) 카본트래커 설립자는 "정부가 기후약속과 완전히 동떨어진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게끔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들은 배출량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만 화석연료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배출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기에 화석연료에 대해 무엇을 할지 실제 결론을 내릴 때까지 배출을 줄일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기업들도 정부의 공약과 달리 화석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가디언은 전세계에 걸쳐 엑손(Exxon), BP, 쉘(Shell)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탄소폭탄' 프로젝트가 약 200개에 달한다고 폭로했다. 사모펀드 회사들도 계속해서 이 분야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석유·가스 가격을 끌어올리고 유럽 지도자들이 가스수입확대를 모색하게 만들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긍정적인 움직임도 있다. 캄파날레 설립자에 따르면 신규 가스수입시설이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저렴한 재생에너지에 밀려 좌초될 위험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재정손실을 피하기 위해 보다 빨리 녹색에너지를 수용하도록 기업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200개 이상의 보건기구는 지난주 전세계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을 요구했다. 곧 이집트에서 열릴 유엔 기후회담에서는 활동가들이 각국에 광산임대차계약 중단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에너지전환속도가 더딘데다 전세계 배출량이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 중국의 폭염은 물론 파키스탄의 대홍수도 화석연료중독의 대가"라고 지적하며 "화석연료를 끝내는 것이 기후혼란과 고통을 끝낼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본트래커는 기후변화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비영리 싱크탱크로 세계 비정부기구 글로벌에너지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와 함께 세계화석연료등록부(Global Registry of Fossil Fuels)를 추진 중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