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부러진 채 캐나다서 하와이까지…혹등고래 '마지막 여행'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12 18:25:47
  • -
  • +
  • 인쇄
몸이 S자로 꺾인 상태로 5000㎞ 이동
보트 충돌로 부상 추정…"기적 같은 일"
▲척추 부상으로 몸이 S자로 꺾인 혹등고래 'Moon'(사진=BC웨일스)

하와이에서 척추가 꺾인 채 헤엄치는 혹등고래가 포착됐다.

캐나다의 CBC 방송은 지난 9일(현지시간) 캐나다 비영리 고래연구기관 BC웨일스(BC Whales)가 선박과 충돌해 심각한 척추 부상을 입은 혹등고래를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Moon(문)이라고 불리는 이 암컷 혹등고래는 등뼈가 부러진 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에서 미국 하와이까지 약 5000㎞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혹등고래는 여름에 추운 알래스카에서 서식하다 겨울이 되면 짝짓기를 하거나 새끼를 낳기 위해 남쪽 하와이와 멕시코 연안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 혹등고래는 다시 알래스카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고래는 지난 9월 B.C 북해안의 핀 섬(Fin Island) 고래연구소 인근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발견 당시 이미 척추를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BC웨일스에 따르면 고래는 등지느러미부터 꼬리까지 몸 전체가 S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고, 꼬리 지느러미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이후 고래는 하와이 마우이 해안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다시 발견됐다. 처음 발견된 바다에서 4300㎞나 떨어진 곳이다. BC웨일스 대표 재니 레이(Janie Wray) 수석연구원은 "척추가 부러진 상태에서 꼬리를 사용하지 않고 가슴지느러미만으로 헤엄친 것으로 보인다"며 "기적 같은 일이지만 동시에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2020년에 출산했던 개체가 왜 여기까지 온 건지 모르겠다"며 "아마 어미 세대의 습성을 따랐거나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C웨일스는 이 고래가 보트와 충돌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어떤 종류의 선박인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선박에 의한 부상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BC웨일스는 "몸통 전체가 이끼로 뒤덮이기 시작하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일 것으로 생각돼 안락사도 고려했지만 독성물질에 의한 폐사로 사망할 경우에 이 사체를 섭취할 해양생물에게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육지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우리가 개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고래는 바다 한가운데 있고 현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업 종사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레이 수석연구원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숙련자라 하더라도 혹등고래는 보트 코앞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실수로 이들을 칠 수 있다"며 "고래의 서식지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속도를 줄여야 하며, 스쿨존이 있듯 고래보호구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혹등고래는 지난 2016년 9월까지 멸종위기에 처했으나 포경금지, 개체수 복원 등 다양한 노력으로 최근 개체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