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 도입 합의...'유럽판 IRA'에 韓 철강 '직격탄'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14 11: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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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0월부터 6개 품목 배출공시 의무대상
유기화학물질과 플라스틱도 포함 방안 검토
▲유럽의회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탄소 과다배출 수입품에 '녹색관세'를 물리기로 합의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은 새로운 무역장벽이 현실화했다.

13일(현지시간) EU이사회, EU집행위원회, 유럽의회가 전날 저녁부터 10시간 넘게 3자간 마라톤 협의를 진행한 끝에 세계 최초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법제화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CBAM은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을 조사한 뒤 배출량이 EU 기준을 초과하면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한 탄소 가격을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다. EU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중이고,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CBAM을 통해 수출 기업에 일종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셈이다. 이 까닭에 CBAM은 '탄소세', '녹색관세'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잠정 합의 결과에 따라 EU는 2023년 10월부터 CBAM 적용 대상 기업에 보고 의무를 부과한다. CBAM 적용 대상 품목은 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전력·수소 등 6개다. 이 가운데 수소·전력의 경우 초안에는 빠져 있다가 협의 과정에서 추가된 것으로, 규제 대상이 더 확대된 것이다.

이후 ETS 개편 시기와 맞춰 약 3∼4년 정도의 전환(준비) 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준비기간에는 수출 기업에 대한 별도 관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집행위는 CBAM 향후 본격 시행에 앞서 유기화학물질, 플라스틱 등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의미하는 '간접 배출'(Indirect Emission)이 규제 대상으로 포함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는 더 강력한 규제 필요성을 주장한 유럽의회의 입장이 일정부분 반영된 것이다. 다만 간접 배출의 경우 '특정 조건'에 한해 적용하고, 세부 요건은 추가 협상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유럽의회는 성명을 통해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제도를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CBAM이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조처다. EU는 그간 역내 산업군에 대해 탄소배출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무료할당제'를 부여해왔는데, 무료할당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불공정 요소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폐지 시기와 범위를 두고 EU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주말로 예정된 ETS 개편 논의에서도 협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 공정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철강기업이 CBAM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국의 대EU 수출규모는 철강이 43억달러(약 5조6000억원)로, 알루미늄(5억달러), 시멘트(140만달러), 비료(480만달러)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내년 10월부터는 우선 보고만 하면 되지만, CBAM이 본격 시행되면 생산비 증가와 그로 인한 부수적 행정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IRA 적용 면제 대상에서 한국이 빠진 것처럼, CBAM 전환기간 정치·외교적 논리에 따라 특정 국가는 면제되고, 한국이 제외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9일 EU 전문매체인 유랙티브와의 인터뷰에서 "EU는 오랫동안 법치주의에 기반한 세계 무역체계에 있어 아주 중요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왔지만, 근본적으로 IRA와 유사한 종류의 성향을 내포한 다수의 (EU 집행위) 제안이 있었다"면서 "전반적인 과정을 잘못 관리한다면 어느 순간 이 사안이 유럽판 IRA처럼 여겨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짚었다.

이날 우리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EU CBAM 대응현황 점검회의'을 열었다. 회의를 주재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CBAM이 본격 시행될 경우 철강 등 대(對)EU 수출산업에 미칠 수도 있는 영향에 대비해 중소·중견 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의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국내 탄소배출량 검증인력·기관 등 관련 인프라를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부 통상교섭본부가 중심이 되어 전환기간(3년 또는 4년) 동안 EU측과 협의를 지속하고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무역장벽에 대한 움직임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향후 12월말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해서 EU 협의 방안 및 국내 대응방향 등을 추가로 논의해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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