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0.35℃ 남았다'…2022년 할퀴고 간 '기후재앙'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29 10: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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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폭염·홍수·혹한 등 역대급 기후재난
1.5℃ '기후 마지노선' 6년 7개월 앞으로
28일 부산에 설치된 기후위기 시계.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6년 206일 남짓으로 나타났다. (사진=부산광역시)


기후재앙은 어김없이 2022년에도 전지구를 할퀴고 지나갔다. 올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했던 혹한과 혹서, 가뭄, 산불, 홍수 등의 기후재난은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꼭 따라다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초부터 100억마리에 가까운 꿀벌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집단폐사되는 일이 벌어졌다. 겨울가뭄으로 봄 파종을 놓쳐 한해 농사일을 그르쳤다. 단기간의 집중호우로 서울시 한복판이 삽시간에 물바다가 됐다. 이렇다 보니 올해 구글 국내 종합 검색어 1위는 '기후변화'가 차지했다.

올해 기후재앙은 지난해보다 더 심해졌다. 지금 현재도 북극의 찬공기를 감싸던 제트기류가 온난화로 풀리면서 미국과 일본, 한국을 혹한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은 50년만에 올까말까하는 '겨울폭풍'으로 60명 넘게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3년 기후재앙 역시 '역대급'이 될 공산이 크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 상승하기까지 남은 온도는 고작 0.35℃. 온도는 벌써 1.15℃까지 상승했다. 28일 부산시에 설치된 '기후위기 시계'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6년 206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가뭄에 바싹 마른 숲···대형 산불로 키웠다
▲경북 울진군 산림리 지역에 발생한 산불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는 올 3월부터 동해안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83배인 2만3993헥타르(ha)가 잿더미가 됐다. 산불 피해면적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6년 이래 최대 규모의 피해였다.

당시 산불은 겨울 가뭄으로 바싹 마른 나무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때문이다. 올겨울 강수량은 예년의 평균 강수량 89.0㎜의 14.7%인 13.3㎜에 그쳤다. 1973년 이후 최저 기록이다. 올 3월까지 발생한 산불이 245건에 달할 정도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발생건수의 2배에 육박했다.

6월초에도 밀양과 의령 등 경남지역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축구장 1060개 규모의 숲이 불에 탔다. 통상 녹음이 푸르른 5월로 접어들면 산불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올해는 6월까지 산불이 발생했다. 국가기후데이터센터에 따르면 50년만의 겨울 가뭄에 이어 올 5월은 예년보다 고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아 10년만에 강수일수가 가장 적었다. 강수량은 전년 동기대비 40분의 1에 그쳤다.


◇英 360년만의 폭염···말라서 강바닥 드러나
▲EU집행위원회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 지구 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Copernicus)가 촬영한 라인강 수위. 왼쪽은 2021년 8월 5일, 오른쪽은 2022년 8월 3일 라인강 수위 사진으로 폭염이 끼친 영향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사진=코페르니쿠스)


유럽은 올해 전례없는 폭염을 겪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연구조직인 세계가뭄관측(GDO)은 가을 문턱에 다다른 8월말에도 유럽 대륙의 3분의 2가 500년만의 가뭄으로 메말라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당시 EU 27개국 가운데 절반에 '가뭄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특히 지난 9월 90년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은 영국은 한낮 기온이 40℃를 넘기면서 기상관측 360여년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프랑스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산불로 3만명이 넘는 사람이 대피했고, 와인 산지로 유명한 지롱드는 산불로 2만㏊ 규모의 임야가 불탔다. 냉방수요가 폭등했지만 전력수급의 70%를 원전에 의존하던 프랑스는 폭염으로 수온이 오르면서 강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원전의 효율이 급감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은 전력수요에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위기까지 겹치면서 프랑스의 전기요금은 23% 급등했다.

'독일 산업의 젖줄' 라인강은 폭염과 함께 찾아온 가뭄으로 수위가 급감했다. 매일 6900척의 배, 1000만톤의 화물이 네덜란드에서 스위스까지 이어지는 라인강을 따라 운송되는데, 라인강 수위가 내려가면서 최근 물동량은 4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유럽 내륙으로 석탄을 비롯한 원자재를 공급하는 수상운송이 어려워지면서 독일은 에너지대란과 물류대란을 한꺼번에 겪었다.


◇성서에 나올 홍수···파키스탄 3분의1 '물바다'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자프라바드에서 한 이재민 가족이 가재도구 등을 짊어지고 폭우로 침수된 지역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키스탄은 올해 전례없는 물난리를 겪었다. 올 6월 중순부터 내린 몬순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지난 30년 평균의 3배에 달하는 강우량으로 1739명이 사망하고, 57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올해 파키스탄은 여름이 시작하기도 전에 기온이 50℃ 넘게 오르는 '살인폭염'을 경험하면서 빙하수가 3배 넘게 분출했다.

빙하수는 빙하호에 저장돼 있다가 일정 수준을 넘기면 갑작스럽게 쏟아져 인근 지역에 홍수를 유발할 수 있다. 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람 산맥 등이 만나는 곳으로 만년설에 뒤덮여 있는 북부 '길기트 발티스탄' 지역에선 올해만 16차례나 빙하수 분출 사례가 관측됐는데, 지난해엔 5~6번밖에 없었던 일이다.

브라질 북동부 5개 주는 지난 5월말 폭우 피해가 계속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브라질 페르남부쿠주 항구도시 헤시피 일대에서 발생한 폭우로 127명이 사망했다. 폭우로 곳곳에서 산사태와 집이 붕괴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헤시피에는 27일 밤과 28일 새벽 사이에만 5월 한 달 평균 강우량의 70%에 이르는 폭우가 내렸다.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지역에서도 지난 6월 시작된 우기 홍수로 6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해로 집을 잃었다. 홍수는 나이지리아 36개 주 가운데 27개 주에서 보고됐고, 20만채 이상의 주택과 11만㏊의 농격지가 피해를 입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10년 만의 폭우와 기후 변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남극은 40℃, 북극은 30℃ 높아졌다


극지방의 온도변화는 더 극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진 남극고원의 기온은 예년보다 40℃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8일 해발 3234m에 위치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합동 기지 콩고르디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기온은 영하 11.5℃였는데, 전년 동기 수치는 영하 49℃였다. 3월 중순 북극의 기온은 예년보다 30℃ 올라 영상권이 됐다.

남극 동부는 눈이 아닌 비가 내렸다. 남극대륙 주변의 해빙 범위도 기록적으로 감소했다. 계절에 따라 융빙을 되풀이하던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은 1년 내내 얼지않는 '탈리크'(talik) 층으로 변하고 있다. 동토층의 해빙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미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4배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밝은 색의 눈이나 해빙이 사라지면서 어두운 북극해가 드러나면 열 흡수량이 늘어 지구온난화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해빙이 녹으면서 대기에 노출되기 때문에 다른 대양 해역보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많아 북극의 경우 해양 산성화 속도도 다른 해양 환경에 비해 4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산성화는 해조류부터 갑각류의 껍질 손상, 이를 사냥하는 북극곰, 바다표범 등 대형동물까지 모든 생물종 및 지역생태계를 위협한다. 실제로 1980년대까지 1200여마리 개체수를 유지하던 캐나다 북극곰들은 북극 빙하가 감소하면서 개체수도 덩달아 618마리로 줄었다.


◇50년만의 강추위···'크리스마스의 악몽'


▲겨울폭풍이 강타한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한 레스토랑 (사진=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전후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등은 최악의 한파를 맞았다. 지난 23일 우리나라 최저기온은 올들어 가장 추운 영하 15℃를 기록했고, 강풍까지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22℃까지 떨어졌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최저기온도 13.5℃였다. 같은 시기 일본은 2m 넘는 폭설이 내렸고 미국에서도 3m에 이르는 적설량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올겨울 북반구에서 이처럼 혹한과 폭설이 몰아치는 이유로 북극의 지구온난화로 인한 '음의 북극진동'이 지목되고 있다. 북극 기온이 내려가면 저기압이 형성돼 제트기류가 북극쪽으로 쏠리는 '양의 북극진동'이 발생한다. 반대로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공기가 남쪽으로 내려가는 '음의 북극진동'이 발생한다. 

'음의 북극진동'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이 가장 심각하다. 미국 중서부지역은 크리스마스 직전부터 시작된 겨울폭풍으로 28일 기준 최소 6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110㎝의 눈폭탄이 내린 뉴욕주 북서부 버펄로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또 이날 오후 6시 기준 5534편의 항공기가 운행 취소됐다. 지연된 항공편은 1만7300편에 달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폭설로 180만가구가 정전됐다.

일본의 피해도 컸다. 동해 방면인 니가타현과 도호쿠 남부지역에는 겨울형 기압 배치와 산지 지형 영향 등으로 최근 2~3일간 2m 안팎의 눈이 내렸다. 평년의 2배에 달하는 적설량이다. 야마가타현 오쿠라무라는 223㎝, 니가타현 아오모리현에는 180㎝ 이상의 눈이 내리면서 현재까지 1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아열대 지역인 대만까지 한파가 몰아치면서 이틀만에 9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기온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가파른 기온상승이 기후의 전체적인 균형을 깨뜨리면서 과거나 현재에 발생하지 않았던 극한 현상이 더욱 빈번해지는 '기온의 양극화'가 벌어지면서 폭설과 한파 등 급격한 기온 하강으로 인한 피해 역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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