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취소수준의 만취차량에 초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 사고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민식이법'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 사고당시 영상을 보면,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쯤 시청방면으로 좌회전한 차량이 2차선에 있는 도로 경계석을 부딪힐뻔 하다가 이내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인도로 돌진했다.
때마침 이 인도를 지나던 어린이 4명은 갑자기 덮친 차량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 4학년이 재학중인 배승아(10)양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 2명은 크게 다친 상태고, 1명도 퇴원했다가 다시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차량을 운전하는 방모(65)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08%였다. 그는 만취 상태에서 8㎞가량 운전하다 이같은 사고를 냈다. 경찰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사고당일 낮 12시 모임에서 소주를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가 발생한 문정네거리는 문정초, 탄방중, 충남고 등 학교가 밀집해있는 곳으로 '스쿨존'으로 지정돼 있다. 스쿨존은 시속 30㎞ 이하 주행해야만 한다. 그런데 방씨는 만취 상태로 이곳을 질주했다.
경찰은 방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스쿨존 내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민식이법'도 적용할 방침이다.
유족인 배양의 어머니와 오빠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고 나기 15분 전에 '친구들이랑 더 놀다 들어가겠다'고 전화가 왔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횡단보도 건널 때 꼭 초록불인지 확인하고, 손들고 주위를 살피고 건너라고 가르쳤는데 차가 인도로 돌진하는 걸 어떻게 알려줬어야 했나"라고 통곡했다.
또 "민식이법 이후에도 스쿨존 사망사고는 계속돼 왔고, 결국 승아가 희생됐다"며 "부디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해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같은 피해가 나와선 안된다며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배 양의 실명과 생전 해맑았던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한편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처벌을 대폭 강화한 '민식이법'이 시행된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통사고가 이어져 실효성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0년 483건에서 2021년 523건으로 오히려 늘었고, 지난해에도 481건으로 민식이법 효력을 알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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