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대피하라'는 정부의 위급재난문자를 받고 전쟁이 난줄 알고 당황했던 시민들은 이 문자가 오발령이라는 사실에 공분하고 있다.
31일 오전 6시41분 서울특별시는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위급재난 문자를 보냈다.
이 문자를 받은 대다수의 시민들은 '대피'라는 글자에 다급함을 느끼고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시에 온라인검색에 몰리면서 한때 네이버 모바일이 접속장애로 마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22분 뒤인 오전 7시3분 행정안전부에서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내용의 위급재난문자를 보내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을 정정했다.
이어 서울시는 오전 7시25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전안내 문자를 다시 발송했다.
이날 새벽 북한이 서해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자, 행안부가 백령·대청면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는데 이때 경계경보 지역에 해당되지 않는 서울시까지 오발령된 것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던 송모(29)씨는 "씻고 나오는데 갑자기 시끄러운 알람과 함께 긴급문자가 날아와 깜짝 놀랐다"며 "상황 파악을 위해 우선 지인들에게 연락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북한의 발사체 발사 소식이 보여 대피를 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중인 태국인 샤짜씨는 "경고음이 크게 울려 놀랐는데 문자에 대피하란 말 말고는 내용이 없어 당황스러웠다"며 "대전에 사는 남자친구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알 방도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오발송 안내가 오고 안심했지만 한편으로 새벽부터 놀래킨 긴급문자에 화가 났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서울에 살고 있지 않은 경기도민에게도 이같은 경보 문자가 날아가 혼란을 더 가중시켰다.
경계경보 발령, 오발령 안내, 경계경보 해제 문자가 엇박자로 이어진데다 대피를 알리는 안내 역시 허술하고 느리다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32분에 발사한다고 해놓고 경보는 42분에 주고 있다", "왜 대피를 하는지 알려줘야 대처하지 않겠냐", "정정 안내는 왜 행정안전부에서 온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오발령이라 다행이지 실제 상황이었으면 어디로 대피할지 파악도 못했을 거 같다"고 했다.
현재 위급재난문자 오발령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는 각기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불통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위급재난 문자는 행안부와 지자체가 모두 발송할 수 있는데, 이번에 서울시 전역에 전송된 문자는 서울시가 오발송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오전 6시30분 행안부 중앙통제소에서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내용의 지령 방송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령방송의 '미수신 지역'이란 백령·대청면 지역 중 기술적 결함 등으로 경보를 못 받은 지역"이라며 "이 방송은 전국 17개 시도에 공통으로 보낸 것으로 지령이 오해의 소지가 크다면 왜 서울시만 오해했겠냐"고 날을 세웠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령 방송에서 경보 미수신 지역이 백령·대청면에 국한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수신처가 모호한 상황에서 연락도 되지 않으니 자체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시는 지령 방송이 떨어진 후 오전 6시 32분 시 민방위경보통제소에서 행안부 중앙통제소로 확인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오전 6시 38분 재난문자 발송 승인을 요청했고, 시의 승인을 받아 오전 6시 41분 경계경보 발령 문자가 발송된 것이다.
또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북한 발사체의 위험도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권 시민의 생명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기 가능성에 긴급 조치를 한 것"이라며 "다만 일련의 절차가 있다 보니 문자발송에 시간이 조금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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