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공약 "대체로 의미없다"...그린워싱으로 되레 줄소송 우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12 18:27:49
  • -
  • +
  • 인쇄
1000여곳 중 최소요건 갖춘 기업 4% 남짓
넷제로 남발하다 기후소송 증거자료로 쓰여


'넷제로' 공약을 내건 기업이 2년반 사이 2배 늘었지만, 신뢰할만한 계획이 뒷받침된 경우는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에너지기후정보분석원(ECIU), 뉴클라이밋 연구소, 옥스포드 넷제로, 데이터드리븐 인바이로랩 등 4개 독립연구기관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넷제로 이행점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포브스 글로벌 2000대 기업 가운데 '2050 넷제로' 선언을 한 기업은 총 929곳이다. 지난 2020년 12월 기준 417곳에서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주도 캠페인 '레이스투제로'(Race to Zero)가 제시하는 넷제로의 최소요건에 부합하는 기업은 4%에 그쳤다. 최소요건은 기업의 넷제로 계획이 6대 온실가스를 모두 포괄하는지, 탄소상쇄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지, 투자정책을 확실히 밝히고 과학에 기반해 2030년 중간목표치를 밝히고 있는지, 친환경 정책에 반하는 로비 정황은 없는지 등을 포함한다.

직접 배출량 외에 전체 공급망과 제품의 전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평가하는 스코프3(Scope 3)를 명시한 기업은 전체의 40% 미만이었다. 또 탄소배출권 구매 계획에서 실제 저감에 도움이 되는 감축사업을 통해 발급된 탄소배출권인지 품질기준을 제시한 곳은 13%에 불과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화석연료 기업 가운데 넷제로 선언을 한 곳은 75곳이었다. 화석연료가 전세계로 유통돼 사용되는만큼 화석연료 업종은 스코프3 공개가 가장 중요한 업종이지만, 이를 제시하거나 화석연료 채굴 종료일을 선언한 기업은 없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화석연료 부문의 넷제로 계획은 대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고서의 저자 중 한명인 뉴클라이밋 연구소의 쿠라모치 타케시 연구원은 "최근 넷제로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면서 슈퍼마켓에 가도 탄소중립, 기후중립 관련 제품들이 눈에 띠지만, 정작 그게 어떤 의미이고 실제 넷제로 전환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국가 감축목표와 달리 기업들의 기준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의 취지를 밝혔다.

쿠라모치 연구원은 이어 "이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노골적인 그린워싱으로 볼 수밖에 없는 넷제로 선언들에 대해 독립연구기관으로부터 증거자료가 계속해서 쌓이게 될 것"이라며 "결국 수년내 기후소송 건수가 급증할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경기도, 업사이클 참여기업 모집...최대 1000만원 지원

경기도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2025년 경기도 업사이클 기업육성 지원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고 10일 밝혔다.공모는 △집중육성 과제(최대

올해 신규 사외이사 평균연령 60.3세...女비중 첫 30% 돌파

올해 국내 100대 상장기업에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이 교수 출신이고, 평균연령은 60.3세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재선임 비중은 54%로 높아지

아워홈 사고직원 결국 사망...중대재해법 처벌수위 촉각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워홈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직원이 9일 끝내 사망했다. 구미현 아워홈 대표이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

LG '올레드TV' 탄소·플라스틱 줄이고 자원효율 높였다

LG전자 올레드 TV가 해외 유력 인증기관들로부터 탄소 배출 저감, 지속가능한 자원 효율성 등 환경 관련 인증을 잇따라 획득했다.LG전자는 최근 프리미

국내 中企 ESG 경영수준 2년새 대폭 '개선'...비결은?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ESG 성적이 대기오염물질, 온실가스 등 환경분야를 중심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중소&m

SK C&C, AI DX로 사고 줄이고 환경오염 막는다

SK C&C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안전·보건·환경(SHE) 서비스를 통해 제조현장 안전수준을 한층 강

기후/환경

+

기후파괴 앞장선 美...산업시설 탄소배출량 의무보고 폐지

"기후위기는 가짜"라며 반(反)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산업시설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의무를 폐지했다. 중국 다음으로

산불지역 '산사태' 위험성 2시간전 파악하는 예측기술 개발

산불지역이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여부를 2시간 30분 이전에 파악할 수 있는 예측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10일 한국지질자원연구

기후솔루션 "NDC 수립시 지방정부도 참여시켜야"

우리나라가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 참여가 사실상 배제돼 있어 기후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10일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기후정책 30가지'...기후싱크탱크 제안서 발간

차기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생태국가 원리를 헌법에 반영하고, 기후시민의회 제도화를 통한 민주적 기후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것과 아울러 기후경

'대기의 강' 2023년 튀르키예 지진 피해 키웠다

엄청난 양의 비를 몰고 오는 '대기의 강' 현상이 재작년 발생한 튀르키예 지진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8일(현지시간) 톨가 괴륌(Tolga Görü

美주택보험료 8% 이상 오른다...잦은 재난과 관세 여파

미국 전역에서 극단적인 기후재난이 잇따라 발생하는 데다, 올초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폭탄으로 경제 불안이 가중되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