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0.41% 하락...총수익 5% 소송비용
기후위기가 기업에 대한 소송 리스크로 번지면서 주가에도 타격을 입힌다는 첫 연구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기후소송이 환경오염 유발 기업들에 끼칠 재무적인 영향을 평가한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그랜텀 기후변화 및 환경 연구소의 논문 일부를 미리 발췌해 공개했다. 동료평가중인 이 논문은 23일(현지시간) 정식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LSE 연구팀은 2005~2021년 유럽과 미국 98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108개 기후소송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소송이 제기될 때나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마다 주가를 포함한 기업의 전반적인 기대가치는 평균적으로 0.41%씩 감소했다.
셸, BP, 셰브론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큰 화석연료, 에너지, 원자재 기업으로 범위를 좁혔을 때 하락폭은 0.57%로 기후소송의 악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기업들이 패소했을 때만 놓고 보면 기업가치가 1.5% 하락했다.
기후소송으로 인한 기업가치의 하락은 대부분 주가가 떨어지면서 나타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LSE 사토 미사토 박사는 "시장이 기후소송에 반응한다는 우려는 있었지만, 실제 연구결과를 통해 뒷받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후위기로 인해 주요 탄소배출 기업들은 규제로 인한 전환리스크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물리적리스크에 더해 기후소송 리스크까지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기후소송 리스크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럽 최대 정유사 셸이 지난 2019년 제소됐을 때 기업가치가 1.9% 상승했지만, 2년뒤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5% 줄이라는 판결 이후 3.8% 하락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금융시장이 갈수록 기후소송에 반응하는 정도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의 민감도에 더해 기후소송의 빈도 또한 늘어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조만간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국제적인 기업 공시의무가 더 엄격해지고, 그린워싱에 대한 단속이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에 추가적인 재무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기후소송 비용으로 기업 총수익의 5%가 빠질 수 있다는 예측치까지 나온다.
국내 기업도 멀리서 관망할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SK E&S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3개 공적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아 호주에서 추진했던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원주민이 인허가 절차상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추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지난 3월 개정된 호주 연방법에 의해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탄소배출 저감에 9억8750만호주달러(약 8760억원)의 추가비용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8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한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의 투자금 회수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사업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유효기간은 오는 5월말 만료 예정으로 이에 대한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솔루션 김소민 연구원은 "호주 내 가스전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함량이 높은 바로사 가스전은 이번 호주 정부의 감축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공적금융기관은 바뀐 여건을 고려해서 지금이라도 승인을 취소하고 금융지원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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