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위기에 맞서겠다고 약속했지만 뒤로는 화석연료 회사들과 협력하는 로비스트를 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로비정보 공개 데이터베이스인 에프마이너스(F Minus)는 애플과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저마다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기후입법들을 방해해온 사실을 폭로했다.
에프마이너스에 따르면 애플은 피바디(Peabody) 등 다양한 화석연료 회사에 고용된 로비스트와 계약을 맺었다. 피바디는 기후과학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배출량 감축 조치를 방해하는 작업에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MS는 엑손모빌과 일하는 로비스트를 고용했으며 구글은 킨더 모건(Kinder Morgan),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컴퍼니(Colonial Pipeline Company),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 등 최소 7개의 화석연료 회사와 로비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미국 27개주에 화석연료 관련 로비스트를 두고 있다.
제임스 브라우닝 에프마이너스 전무는 "빅테크는 친환경 기업으로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로비 전략은 그 이면을 드러낸다"며 "빅테크 기업들은 수십개 주에 로비스트를 둠으로써 화석연료 산업에 힘을 실어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화석연료 로비스트은 빅테크 기업들에 고용돼 다양한 그린워싱 로비를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빅테크 기업들이 고용한 로비 회사들은 기후법안 입법 등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아마존의 로비스트들은 오하이오주 지방정부의 탈탄소 법안을 좌절시켰다. MS가 고용한 한 로비 회사는 콜로라도주에서 발의된 기후위기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법안을 방해하는 활동을 한 것이 밝혀졌다.
MS는 외신의 취재 요청에 "세계의 탄소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적극적인 조치에 대한 우리의 약속에는 모호함이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른 구글, 애플 등 다른 빅테크 기업은 취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우닝 전무는 "빅테크 기업들이 앞으로는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뒤로는 화석연료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가령 애플의 경우 2030년까지 전체 공급망을 탄소중립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아마존도 2040년까지 온라인 소매업체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MS와 구글 또한 강도 높은 탄소중립 공약을 내세웠다.
문제는 빅테크 기업이 탄소중립 공약만 거창하게 발표했을뿐 실제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싱크탱크 신기후연구소(NewClimate Institute)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빅테크 기업들은 실제 오염을 줄이기보다 탄소배출권 거래 등 실효성이 의심되는 방법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들은 기후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를 반대하는 이익단체의 편에 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정치권도 주시하고 있다. 로 칸나(Ro Khanna)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화석연료 기업에서 기후문제를 다루는 단체로 이동하는 로비스트들의 회전문을 끝내야 한다"며 "우리가 변화를 원한다면 특수 이해관계의 힘을 줄이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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