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성 드러낸 '애플·구글·MS'...로비스트 고용해 기후법안 훼방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7-06 11:21:49
  • -
  • +
  • 인쇄


애플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위기에 맞서겠다고 약속했지만 뒤로는 화석연료 회사들과 협력하는 로비스트를 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로비정보 공개 데이터베이스인 에프마이너스(F Minus)는 애플과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저마다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기후입법들을 방해해온 사실을 폭로했다. 

에프마이너스에 따르면 애플은 피바디(Peabody) 등 다양한 화석연료 회사에 고용된 로비스트와 계약을 맺었다. 피바디는 기후과학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배출량 감축 조치를 방해하는 작업에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MS는 엑손모빌과 일하는 로비스트를 고용했으며 구글은 킨더 모건(Kinder Morgan),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컴퍼니(Colonial Pipeline Company),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 등 최소 7개의 화석연료 회사와 로비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미국 27개주에 화석연료 관련 로비스트를 두고 있다.

제임스 브라우닝 에프마이너스 전무는 "빅테크는 친환경 기업으로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로비 전략은 그 이면을 드러낸다"며 "빅테크 기업들은  수십개 주에 로비스트를 둠으로써 화석연료 산업에 힘을 실어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화석연료 로비스트은 빅테크 기업들에 고용돼 다양한 그린워싱 로비를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빅테크 기업들이 고용한 로비 회사들은 기후법안 입법 등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아마존의 로비스트들은 오하이오주 지방정부의 탈탄소 법안을 좌절시켰다. MS가 고용한 한 로비 회사는 콜로라도주에서 발의된 기후위기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법안을 방해하는 활동을 한 것이 밝혀졌다.

MS는 외신의 취재 요청에 "세계의 탄소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적극적인 조치에 대한 우리의 약속에는 모호함이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른 구글, 애플 등 다른 빅테크 기업은 취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우닝 전무는 "빅테크 기업들이 앞으로는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뒤로는 화석연료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가령 애플의 경우 2030년까지 전체 공급망을 탄소중립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아마존도 2040년까지 온라인 소매업체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MS와 구글 또한 강도 높은 탄소중립 공약을 내세웠다. 

문제는 빅테크 기업이 탄소중립 공약만 거창하게 발표했을뿐 실제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싱크탱크 신기후연구소(NewClimate Institute)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빅테크 기업들은 실제 오염을 줄이기보다 탄소배출권 거래 등 실효성이 의심되는 방법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들은 기후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를 반대하는 이익단체의 편에 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정치권도 주시하고 있다. 로 칸나(Ro Khanna)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화석연료 기업에서 기후문제를 다루는 단체로 이동하는 로비스트들의 회전문을 끝내야 한다"며 "우리가 변화를 원한다면 특수 이해관계의 힘을 줄이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새벽배송 금지' 놓고 극과극 입장차...합리적 해법 나올까

최근 발생한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새벽배송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숨진 노동자는 극심한 업무강도에 시달린 것

"국민연금, ESG 원칙 위반한 키움·흥국증권을 거래사로 선정"

국민연금이 ESG 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거래증권사 평가에서 ESG 비중을 확대했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여전히 거래증권사 명

[손기원의 ESG 인사이드] 美캘리포니아 '기후공시 3법'의 위력

최근 글로벌 ESG 공시 지형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규칙이 무력화됐고,

현대차그룹,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항만' 구축 참여

현대자동차그룹이 평택시 등과 함께 수소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현대차그룹은 11일 평택 시청에서 현대차그룹 켄 라미레즈 에너지&수소 사업본부

현대백화점, 업사이클 옷 2000벌 에너지 취약계층에 전달

현대백화점이 업사이클 다운베스트 2000벌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전달했다.현대백화점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8층 간담회장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

"에어컨 물도 다시"...LG화학 리사이클 공모전서 초등학생 최우수상

한 초등학생이 에어컨 물을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로 리사이클 공모전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LG화학은 지난 8월 주최한 '리사이클 사회공헌 임팩트 챌린

기후/환경

+

60℃까지 버틴다...고온에서 오히려 성장하는 식물의 원리

60℃ 기온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의 기전이 밝혀졌다.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립대학 연구팀은 데스밸리에 서식하는 '티데스트로미아 오블롱기폴리

녹을 이용해 독성 황화물 제거하는 미생물 발견

산화철을 이용해 독성 황화물을 제거하는 미생물이 발견됐다.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교의 미생물학자 마크 무스만(Marc Mussmann)과 알렉산더 로이(Alexander

벼농사·태양광발전 동시에 했더니...수익 8배 늘었다

벼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진행한 논의 소득이 벼농사만 지은 것보다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

북극이 녹색으로..."기후변화로 지구 최북단에 녹지 생겨"

새하얀 북극이 기후변화로 인해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극지연구소는 지구의 최북단인 북그린란드 북위 82도에서 급격히 진행 중인 녹화 현상과 토양

[COP30] 고함치고 격렬한 몸싸움...원주민 시위대와 경비원 충돌

유엔 기후총회에서 원주민과 비정부기구(NGO)로 구성된 시위대와 경비원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12일 AP, AFP,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COP30] "트럼프는 침입종"...美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직격

차기 미국 민주당 대권주자로 유력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