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에 이어 서현역에서도 흉기난동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묻지마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연달아 올라오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이후, 지하철 2호선·8호선 잠실역과 수인분당선 오리역 등지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예고한 글들이 4일 현재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전날 올라온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을 죽일 거다'라는 제목의 글은 '과연 너 따위가 나의 칼부림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섬뜩한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로, 한 회원은 이 글을 경찰에 제보했다.
지난 3일 오후 6시42분께 텔레그램에서는 오리역에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예고 글이 퍼지기도 했다. 이 글은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10시 사이에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다'며 '더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고 적혀있다. 이 예고문에는 '전 여자친구가 근처에 살기 때문'이라는 동기도 밝혔다.
전날 흉기난동이 벌어졌던 서현역에서 남성을 대상으로 20명을 살해하겠다며 흉기 사진을 붙인 게시글이 올라오거나 강남역·한티역·논현동 등에서도 칼부림을 하겠다는 예고글도 나돌고 있다. 이 가운데 대통령 살해를 암시하는 글도 있었다.
이같은 예고글 다수가 대부분 경찰에 신고된 상태며 경찰은 최초 글 작성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예고된 지역 일대에 기동대와 순찰차를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흉기난동 예고가 잇따라 올라오자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근무하는 양모씨(28)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올라온 예고글 중에 회사 근처 역도 있더라"며 "이전에도 이런 범행 예고글들이 올라오는 걸 본 적 있지만 최근 실제로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지다보니 전처럼 가볍게 여기지 못하겠다"며 불안해 했다. 이어 "가능한 해당 장소에는 안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서비스(SNS)에 "한 명이 시작하니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따라하는 것같다", "죽고싶다면서 왜 살고싶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냐", "무서워서 주말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겠다" 등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범행 예고글도 살인미수 수준으로 강력히 처벌해야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살인 예고글에 대해 "온라인에 유사 예고 범죄가 10건이 있었고, 이미 2건은 검거했다"며 "나머지 건에 대해서도 사이버수사대, 강력팀, 형사팀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동원해 신속하게 올린 사람을 추적해 검거하고 가능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해 엄정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회를 혼란시키는 무책임한 글을 자제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 계획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을 예고하는 글 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 실제로 지난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과 함께 흉기 구매내역을 올렸다가 구속된 20대 남성 이모씨에 대해 경찰은 '살인예비죄'가 아닌 '협박죄'를 혐의로 적용했다.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어 살인예비죄보다 형량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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