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살해하겠다"...잇단 '살인예고'에 시민들 "너무 불안"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4 11:13:45
  • -
  • +
  • 인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묻지마 칼부림' 예고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신림역에 이어 서현역에서도 흉기난동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묻지마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연달아 올라오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이후, 지하철 2호선·8호선 잠실역과 수인분당선 오리역 등지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예고한 글들이 4일 현재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전날 올라온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을 죽일 거다'라는 제목의 글은 '과연 너 따위가 나의 칼부림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섬뜩한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로, 한 회원은 이 글을 경찰에 제보했다.

지난 3일 오후 6시42분께 텔레그램에서는 오리역에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예고 글이 퍼지기도 했다. 이 글은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10시 사이에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다'며 '더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고 적혀있다. 이 예고문에는 '전 여자친구가 근처에 살기 때문'이라는 동기도 밝혔다.

전날 흉기난동이 벌어졌던 서현역에서 남성을 대상으로 20명을 살해하겠다며 흉기 사진을 붙인 게시글이 올라오거나 강남역·한티역·논현동 등에서도 칼부림을 하겠다는 예고글도 나돌고 있다. 이 가운데 대통령 살해를 암시하는 글도 있었다.

이같은 예고글 다수가 대부분 경찰에 신고된 상태며 경찰은 최초 글 작성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예고된 지역 일대에 기동대와 순찰차를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흉기난동 예고가 잇따라 올라오자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근무하는 양모씨(28)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올라온 예고글 중에 회사 근처 역도 있더라"며 "이전에도 이런 범행 예고글들이 올라오는 걸 본 적 있지만 최근 실제로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지다보니 전처럼 가볍게 여기지 못하겠다"며 불안해 했다. 이어 "가능한 해당 장소에는 안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서비스(SNS)에 "한 명이 시작하니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따라하는 것같다", "죽고싶다면서 왜 살고싶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냐", "무서워서 주말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겠다" 등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범행 예고글도 살인미수 수준으로 강력히 처벌해야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살인 예고글에 대해 "온라인에 유사 예고 범죄가 10건이 있었고, 이미 2건은 검거했다"며 "나머지 건에 대해서도 사이버수사대, 강력팀, 형사팀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동원해 신속하게 올린 사람을 추적해 검거하고 가능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해 엄정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회를 혼란시키는 무책임한 글을 자제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 계획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을 예고하는 글 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 실제로 지난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과 함께 흉기 구매내역을 올렸다가 구속된 20대 남성 이모씨에 대해 경찰은 '살인예비죄'가 아닌 '협박죄'를 혐의로 적용했다.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어 살인예비죄보다 형량이 낮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