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배정된 '탄소예산' 6년이면 모두 소진된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0-31 15:04:14
  • -
  • +
  • 인쇄
올 탄소배출량 약400억톤 '사상최대' 전망
"10년 내 지구 온도 1.5℃ 이상 상승" 우려


인류에게 배정된 '탄소예산'이 거의 다 소진되고 있어, 현재의 기후행동이 적절한지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탄소예산은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로 제한하는 동시에 배출할 수 있는 최대 탄소배출량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탄소예산 한계까지 탄소를 배출하면 50%의 확률로 지구온도를 1.5℃로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탄소예산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류에게 남은 탄소예산은 약 2500억톤으로 2020년에 남은 탄소예산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불과 2~3년 사이에 남은 탄소예산의 절반을 소진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재 수준으로 탄소가 배출된다면 남은 탄소예산은 6년 안에 모두 소진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탄소배출량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올해 전세계 탄소배출량은 약 400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탄소예산을 측정한 연구진들은 "2020년 이후 탄소예산이 현저하게 줄어든 주된 이유는 인간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계속 증가하고, 극한기후로 냉·난방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기후전문가들은 "탄소예산을 고려한다면 2034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데 이는 지금까지 발표된 가장 급진적인 기후목표보다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표준'으로 인정받는 유엔 탄소중립 계획의 경우,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으로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과학자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1.5℃ 이하로 유지할 확률은 약 40%에 불과하다"며 "기온이 10분의 1도 상승할 때마다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1.5℃에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는 최신 데이터와 기후모델링을 사용했다"며 "가령 에어로졸의 경우 햇빛을 차단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에어로졸이 점점 없어지면 온난화는 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인 지구 평균 온도 2℃ 제한을 달성해도 폭염에서 홍수, 농작물 손실에 이르기까지 기후 영향은 급격히 증가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진들은 "지구 평균 온도를 2℃ 이하로 유지할 확률이 90%에 달하려면 약 2035년에 배출량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며 "2050년에 넷제로를 달성하면 2℃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66%로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조에리 로겔지(Joeri Rogelj) 교수는 "얼마나 많은 정치적 행동과 정책적 조치가 있느냐에 관계없이 이미 기후위기는 문 앞에 와 있다"며 "과연 인류가 지구온난화에 대해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길래 방치하고 있는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고 일갈했다. 

연구 참여자 중 1명인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 International Institute for Applied Systems Analysis in Austria) 소속 크리스 스미스(Chris Smith) 박사도 "각국 정부는 강한 정책으로 배출량을 통제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탄소예산이 계속 줄어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시간이 불과 6년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온난화를 1.6℃ 또는 1.7℃로 제한할 수 있다면 2℃ 상승하는 것보다는 훨씬 희망적이기 때문에 싸움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기후 과학계도 이번 연구에 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르웨이 국제기후 및 환경연구센터(Centre for International Climate and Environmental Research)의 벤 샌더슨(Ben Sanderson)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정책 입안자들이 불편하게 읽을 수 있다"며 "이 연구가 주장하는 탄소중립 목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후정책보다 훨씬 더 강력한 목표다"고 말했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의 가브리엘 아브라함(Gabriel Abrahão) 박사는 "10년 안에 1.5℃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따라서 우리는 1.5℃ 상승을 기정사실로 두고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과학자들은 "탄소예산은 아무리 엄격하게 계산하더라도 수정된 데이터와 모델링 따라 변경될 수 있다"며 "탄소예산 계산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수반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데이터에 따르면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전세계 탄소배출량은 빠르면 올해 정점에 달해 2024년부터 배출량 감소가 시작될 수 있다. 

임페리얼 칼리지런던의 로빈 램볼(Robin Lamboll) 박사는 "그럼에도 향후 탄소예산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