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일회용품 규제 포기?...식당 종이컵 사용금지 '철회'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8 11:31:06
  • -
  • +
  • 인쇄
▲식당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종이컵(사진=연합뉴스)

일회용품 규제가 사실상 무산됐다. 식당 일회용 종이컵, 카페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 비닐봉지 등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는다.

최근 환경부는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식품접객업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처에 대해서도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11월 24일 시행된 일회용품 추가 규제 중 일부로, 단속과 위반시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된다. 정부는 1년의 계도기간 이후에 실행하기로 했다가 이번에 이 규제를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환경부는 계도기간에 규제 이행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제일 이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고 규제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1년 계도기간에도 공동체 내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원가상승과 고물가, 고금리, 어려운 경제상황에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하나의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이컵 사용금지와 관련해 임 차관은 "다회용컵을 씻을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세척기를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늘었다"며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했다.

환경부는 종이컵 금지 대안으로 다회용컵 지속 권장과 재활용 확대를 내놨다. 일회용품 줄이기 동참 매장에 다회용컵, 식기세척기 등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매장에서 사용된 종이컵은 별도로 모아 분리배출하는 등 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종이컵의 별도 분리배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종이컵은 재활용이 안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방수를 위한 플라스틱 코팅과 펄프를 분리하기만 하면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으며 분리방법도 간단하다. 그러나 실제로 종이컵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이물질을 제거한 같은 재질의 플라스틱 코팅 종이컵만 모아야 하는데, 매장에서 별도의 종이컵 수거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일반 쓰레기들과 뒤섞여 버려지게 된다. 2021년 기준 전세계 일회용 종이컵 재활용률이 1%에 불과한 이유다.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금지 계도기간 종료 시점도 정하지 않은 채 무기한 연장됐다. 환경부는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되는 때' 계도기간을 끝내겠다면서 구체적인 시점은 대체품 시장 상황과 유엔 플라스틱 협약을 비롯한 국제사회 동향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 차관은 "대체품인 종이 빨대가 2.5배 비싼 데 불구하고 소비자 만족도는 낮다"며 "비싼 빨대를 구비하고도 고객과 갈등을 겪어야 하는 이중고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종이빨대는 생산 단가가 일반 플라스틱 빨대보다 2.5배 더 비싸고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도 5.5배 이상 많이 발생해 친환경 대체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 종이 빨대의 경우 방수성을 위해 폴리에틸렌(PE) 등 플라스틱 코팅을 하게 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과 제과점업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처의 계도기간도 연장됐다. 연장 이유는 단속 없이도 현재 이행이 잘 되기 때문이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 사가 상반기 사용한 봉지 70%는 '생분해성'이었으며, 23.5%는 종량제 쓰레기 봉지, 6.1%는 종이봉투였다. 계도기간에도 충분히 합의가 됐다는 말이다.

이번 조처를 두고 환경단체와 시민들 사이에서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에서부터 일회용품을 최대한 덜 쓰라고 가르칠 정도로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에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규제 이행은 커녕 불만이 나오니 규제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당초 식당 종이컵 사용 금지 등의 방침이 정해진 건 2019년 11월로 환경부에 길게는 4년의 기간이 있었음에도 계도기간에 규제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서 주무 부처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성명서를 통해 "환경부는 지난 1년간의 계도기간 동안 소상공인을 지원해 제도를 안착시키는 대신,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며 "종이컵의 생산과 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고려할 때, 이번 일회용품 관리방안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서 멀어지는 행보임이 분명하다"라고 꼬집었다.

녹색연합도 성명을 내고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에서 비닐봉지 사용량이 2017년 3천810t(톤)에서 작년 660t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2019년부터 비닐봉지 사용 금지를 위해 법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며 관련 규제의 효과성을 강조했다. 이어 "종이컵도 1년에 248억개씩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규제를 안 하겠다는 것은 직무 유기"라며 "일회용품 규제의 핵심은 종이컵은 플라스틱이 아니니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