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계약취소에 반품...일회용품 규제철회 '폭탄'에 마비된 기업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9 16: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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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24일 시행 앞두고 규제 돌연 철회
"어떻게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가"
▲송파구 한 카페에 비치된 매장용 종이빨대 (사진=연합뉴스)


"고객 서비스센터가 반품 요청으로 마비가 됐다."
"직원들로부터 사직서를 미리 걷었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무산시키면서 친환경 대체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다회용기, 종이·생분해성 빨대 등을 제조하는 업체에 있어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조처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식품접객업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금지 조처에 대해서도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기존 계획대로면 환경부의 '1회용품 사용줄이기 제도'는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24일부터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돼 위반시 사업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과태료 부과 시점에 맞춰 대형 프렌차이즈들은 한달 뒤 시행될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전후로 친환경 대체제품 납품 계약을 맺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환경부가 돌연 일회용품 규제 도입 시점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계약 철회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한 종이빨대 납품업체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기만 바라보고 한달전부터 재고를 차곡차곡 쌓아놓았다가 7일부터 배송을 시작했다"며 "그런데 아침부터 택배 마감시간인 오후 12시전까지 배송준비를 끝내놓자 환경부가 철회 발표를 한 오후부터 구매취소 요청이 쇄도하면서 모조리 반품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5톤 트럭이 몇 대가 나갈 분량이 되돌아오고 있다"며 "당장 이달말부터 자금부족으로 이어질 게 불보듯 뻔한데 급여는 물론 원료업체에 지불할 결제대금을 마련할 생각을 하니 앞이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오락가락 지침에 골병든 업계는 이제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식당 등에서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금지 조치는 2003년 도입됐다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8년 6월 돌연 사라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시절인 2019년 재등장했는데, 현 정부에서 다시 철회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생분해성 빨대 제조업체 관계자는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과 탄소중립 추진을 목표로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상용화가 국정과제에 올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업체들에 대한 지원금도 제공하고, 환경부 스스로 환경평가기술원에 위탁해 생분해 인증을 받는 기업들이 수없이 많은데 어떻게 정책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가 있나"면서 "앞으로는 선도적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갈 기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업계는 환경부가 철회의 근거로 내세운 이유들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환경부는 브리핑에서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되는 때에 계도기간을 끝내겠다"는 대목에 대해 한 친환경 빨대 판매업체 대표는 "일회용품을 고급화할 수는 없고, 결국 최고의 품질은 위생"이라면서 "매년 설비와 인력을 갖춰 심사를 받으며 꾸준히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위생인증을 받기 위해 1억원이 소요되는데 얼마나 더 품질을 개선하라는 이야기냐"고 격앙된 어조로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가격 측면에서도 일반 플라스틱 빨대 단가는 10원,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는 14원 수준으로 많이 내려온 상황"이라며 "결국 많이 쓰고, 상용화되면 당연히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가맹점 세제혜택을 통해 판매를 지원하거나 비닐봉투 유료화처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쓸 수 있도록 중간단계의 틀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당장 판로를 틀어막고 쓰지 말라고 하면 가격이 떨어질 수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밖에도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원가상승과 고물가, 고금리, 어려운 경제상황에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하나의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는 환경부의 해명에 대해 한 다회용기 업체 관계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플라스틱을 다시 쓰자고 하는 환경부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종이컵 단일품목에 대한 전면 규제는 아니더라도 인쇄범위, 단일소재 등의 표준화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일회용품 규제에 있어 선제적인 정책은 '포기'하는 것이 아닌 일회용 품목에 대한 유료화나 재사용 가능한 옵션의 제공"이라면서 "규제의 안착이 아닌 지금처럼 포기하고 후퇴하는 정책을 일관하다 강력한 국제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되면 되레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정부는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적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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