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의 문을 굳게 닫아걸었던 중국 정부가 최근 국산 게임 3종에 대해 판호를 전격 허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2'과 위메이드의 '미르M' 그리고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X: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지난 22일자로 중국 정부로부터 게임서비스 허가권인 '외자 판호'를 받았다. 중국의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지난 3월 이후 약 8개월만이다.
오랜 기다림끝에 받은 중국 판호여서 국내 시장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26일 엔씨소프트와 위메이드 모두 주가가 오르며 중국 시장 진출을 반기고 있다.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한다면 관련기업으로서는 '대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중국 진출을 마냥 호재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치않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한국게임 3종 등 외자 게임 40종과 자국 게임 100종의 판호를 한꺼번에 허가한 의도는 '중국기업 달래기'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 게임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서(NPPA)는 최근 강력한 온라인게임 규제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2일 발표된 이 규제초안의 골자는 이용자가 게임에 과도하게 돈을 지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규제초안에 따르면, 게임퍼블리싱 업체는 이용자의 일일 지출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매일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장시간 기용자에 대해서도 보상할 수 없고, 최초과금이나 연속과금 등 지출을 유도하는 상품도 제공할 수 없다. 또 일정액 이상 소비하는 이용자에겐 경고안내를 해야 하고, 미성년자는 확률형 아이템 접근이 금지된다. 이외에도 게임 인플루언서에 대한 후원도 제한되고, 민족차별이나 민족단결을 훼방하는 내용이 게임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이 초안대로 규제가 확정되면 중국내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수익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용자 유입을 노리는 출석 보상과 인센티브형 보상을 포기해야 하고,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확률형 아이템 비중도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규제안이 발표되자 중국 게임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 22일 하루동안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의 주가는 12.35% 빠졌고, 넷이즈도 24.6% 폭락했다. 이날 하룻동안 두 회사의 시총만 약 104조2400억원 증발했다.
국내 게임업체들도 유탄을 맞았다. 중국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선전하고 있는 크래프톤의 주가는 이날 13.77% 떨어졌고, 중국에 신작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위메이드와 데브시스터즈도 각각 13.34%, 14.88% 급락했다. 지난 3월 판호를 받아 '블루아카이브'를 서비스하는 넥슨게임즈의 주가도 11.93% 하락했다. 이밖에도 컴투스홀딩스, 액토즈소프트, 넷마블, 네오위즈홀딩스 등도 주가가 5~10%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 마냥 호재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당국이 게임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게임시장의 '규제리스크'가 커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게임들은 신화 등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내용 때문에 규제받을 가능성은 높은데 수익성은 떨어지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중국 시장이 불투명한 것도 여전한 리스크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140종의 게임에 대한 판호를 허가한 것은 '시장 달래기'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완화된 조치를 취하는 것일뿐, 궁극적으로 중국 정부는 게임 규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게임 규제방안에서 이같은 방향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과거 중국에 의존했던 모습과 달리, 몇 년전부터 중동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북미와 유럽 등지로 수출 다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넥슨과 네오위즈는 서구 시장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고, 엔씨소프트는 신작 '쓰론앤리버티(TL)'로 북미와 유럽을 공략할 계획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중국에 수출비중이 높으면 중국의 규제강화는 국내 게임사들에겐 실적악화로 이어진다"면서 "중국은 시장규모가 커서 분명 매력적이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서 중국을 벗어나 다른 국가로 영향력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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