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노트] 자전거 출퇴근 두달째...많은 것을 얻었다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4-06-26 08:00:03
  • -
  • +
  • 인쇄


"나 앞으로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할거야!"

약 두 달 전, 나는 가족과 남자친구, 친구들에게 이렇게 통보했다. 앞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회사까지 출·퇴근하겠노라고.

결심하게 된 건 작은 계기였다. 삼십대 중반이라는 나이, 작다면 작은 나이다. 하지만 30여년을 살면서 자동차 운전면허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다양한 회사를 다니면서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 회사에서도 부서 이동하기 전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새로 발령받은 부서는 왠걸,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소위 '깡시골'이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까지는 팀원의 차를 얻어타고 다녔다. 하지만 그의 스케줄에 나를 맞춰야 한다는 점, 알게 모르게 팀원도 나를 데리고 다니는 게 불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보던 중 '자전거로 출·퇴근하기'가 최적의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처음에 자전거를 타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뜯어말렸다.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나는 기차로 통근하고 있는데, 기차역에서 회사까지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런데 다리가 하나뿐이니 모든 차들이 이 다리를 건너려고 몰려든다. 자전거가 차에 치일 수 있다는 걱정들이었다. 그리고 자전거로 왔다갔다 하면 '진이 빠져서' 안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걱정들은 '기우'였다. 그들의 걱정을 보란듯이 다 깨부쉈다.

'자전거 출·퇴근족'이 된지 두달째. 내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운동이 된다는 점이었다. 직장인들은 '건강'을 위해, 또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따로 시간 내어 헬스를 한다든가 다른 운동을 한다. 하지만 나는 출·퇴근 때, 왕복 1시간 정도 되는 시간을 자전거를 타다보니 운동이 절로 됐다. 빠지지 않던 뱃살과 옆구리살, 허벅지살에서 지방이 빠지고 탄탄한 근육이 붙었다. 옷맵시가 살아나고 있다. 체력도 좋아졌다. 이전에는 일을 한 후에 쉽게 지쳤는데 이제는 '연장 근무'를 하고서도 생생하다.

다음으로는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내가 출·퇴근하는 코스는 아예 '자전거길'로 꾸며져 있는 곳이다. 자전거 도로 갓길에는 '가우라'라는 꽃들이 줄을 지어 피어있다. 이런 자연을 감상하며 출·퇴근을 하다보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소설가 헤르만 헤세가 산문집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에서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간다. 글쓰기에서 도망칠 수 있는 나의 안식처로. 노동을 가장한 휴식. 상상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리는 명상. 영혼이 자란다. 즐거움이 자란다"고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헤세의 표현처럼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은 날, 유채꽃이 작았다가 점점 만개해 가는 과정을 지켜볼 때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영혼이 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전거 출·퇴근은 무엇보다 환경에 이롭다. 매연을 뿜어대는 자동차 대신 '두 다리'로 자전거 페달만 밟으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으니 환경을 훼손할 일이 없다. 국토교통부 2022년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자동차 등록대수는 2521만5000대로, 인구 약 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성인이 되면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는 게 당연하고, 취직하면 자동차를 사는 게 상식인 세상이다. 작은 땅덩어리에 자동차가 많아져서 생기는 수많은 문제들.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이 날이 갈수록 심하지는 건 물론이다. 가구당 자동차 보유수가 증가하므로 아파트 주차장 면적은 점점 커지고, 공용주차장도 많아져 땅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이 모든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 심각한 교통체증을 벗어날 수 있는 건 덤이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게 어색할 수 있다. 괜히 사람들이 나만 의식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면 '나를 위한, 지구를 위한' 여러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글/ 안혜진
 제로웨이스트와 미니멀리즘을 접한 이후 조금이라도 지구에 덜 미안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차, 올해 청년 7200명 신규 채용...내년엔 1만명 확대 검토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18일 밝혔다.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현대차그룹의 청년

롯데카드, 해킹으로 297만명 정보 털렸다...카드번호, CVC까지 유출

롯데카드 해킹 사고 피해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롯데카드는 피해 고객 전원에게 전액 보상을 하겠다는 방침이

삼성전자, 5년간 6만명 신규채용...'반도체·바이오·AI' 중심

삼성전자가 성장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매년 1만2000명씩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기업 보고, 6개월로 바꾸자"...트럼프 주장에 美 또 '술렁'

미국 상장기업의 보고서가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장기업의

카카오, 지역 AI생태계 조성 위해 5년간 '500억원' 푼다

카카오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카카오그룹은 지역 AI 육성을 위한 거점

[ESG;NOW] 올해 RE100 100% 목표 LG엔솔 '절반의 성공'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기후/환경

+

가뭄이거나 폭우거나...온난화로 지구기후 갈수록 '극과극'

전 지구적으로 기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글로벌 수자원 현황 2024' 보고서를 통해 수개월째 비가

"재생에너지 188조 필요한데…정책금융 투자액은 여전히 안갯속"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188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대부분은 재생에너지보다 화

지역 1인당 교통 배출량, 서울의 2배…"무상버스가 대안"

비수도권 교통 배출량이 서울의 2배에 달하면서 '무상버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녹색전환연구소가 18일 발표한 보고서 '작은 도시의 교통 혁명,

'2035 NDC' 60% 넘어설까...환경부, 7차례 토론회 연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설정하기 위한 대국민 논의가 시작된다.환경부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뜨거워지는 한반도...2100년 폭염일수 9배 늘어난다

한반도 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2100년에 이르면 여름철 극한강우 영향지역이 37%로 확대되고 강수량도 12.6%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또 폭염일수도 지

국민 61.7%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60% 넘어야"

우리나라 국민의 61.7%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기후솔루션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0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