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5조달러(약 3경624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생물다양성, 물, 식량, 건강간 상호연계에 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파괴로 해마다 10~25조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25조달러는 전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전세계 GDP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50조달러(약 7경2455조원) 규모의 경제활동들이 자연에 의존하면서 이뤄지는 것들이다. 이같은 경제활동의 대부분은 단기수익만 노리고 진행되는 사업이며, 생태계에 가해지는 위험요소들이 비용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농업에서 과도하게 비료를 사용하면 단기적으로 수확량은 높일 수 있겠지만 비료에 의한 하천오염이 발생하는 것은 간과되고 있다. 오염된 하천은 수인성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생물다양성 위기가 얼마나 복합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것인지 잘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생물다양성 위기는 한가지 처방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게 IPBES의 주장이다.
이에 보고서는 생물다양성 위기를 복합위기로 인지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겨나면서 2030년까지 3억950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10조달러(약 1경4485조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역으로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응을 10년 늦추게 되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드는 비용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경고했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은 여전히 생물다양성 위기를 초래하는 사업에 보조금을 쏟아붇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생산, 남획, 지속불가능한 농업 등을 장려하는 사업에 매년 1조7000억달러(약 2464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공공보조금 외에도 매년 5조3000억달러(약 7681조원)에 달하는 민간재원이 산림벌채, 자원남용 등에 투자되고 있다.
게다가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사업에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기로 하는 국제사회의 협력도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지난 10월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제16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는 아무런 소득없이 종료됐고, 지난 11월말 부산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마련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도 빈손으로 끝났다. 이달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16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각국은 가뭄에 대한 법적구속력이 있는 대응에 합의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투입하는 공공보조금만 조정해도 현재 당면해있는 생물다양성 위기는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미국 럿거스대학교의 파멜라 맥켈위 교수는 "공공부문이 투자를 중단하면 민간투자는 이를 신호로 보고 따라한다"면서 "공공부문이 지속가능한 사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생태계 사용에 대한 제대로된 값을 지불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제시했다.
맥켈위 교수는 이어 "정부부처나 각 기관이 서로 단절된 채 고립적으로 작업할 경우 목표간 충돌, 비효율성, 부정적 인센티브 등이 초래돼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생물다양성 위기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단기적이고 포괄적이지 못한 정책보다 통합적이고 민첩한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개편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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