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날아갔나?...알프스 눈에 '차량 타이어' 입자 뒤범벅

손민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6 17:25:11
  • -
  • +
  • 인쇄
▲알프스 산맥 (사진=위키피디아)


알프스 고지대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나노플라스틱 오염원이 차량 타이어의 마모 입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라이프치히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 두샨 마테리치 박사 연구팀이 알프스 산맥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차량 타이어의 입자가 전체 비율의 40%를 넘었다고 지난 4일(현지시간) 밝혔다. 나노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이 나노미터 크기로 쪼개진 것으로,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 크기다. 

연구팀은 로컬 오염원이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접근이 어려운 외딴 빙하지역에서 샘플을 채집했다. 빙하 눈만 수집해 대구 중에서 떨어진 입자만 측정할 수 있도록 신중을 고려했다. 

두샨 마테리치 박사 연구팀은 알프스 산맥에 걸쳐있는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 영토에서 총 14개의 샘플을 채취했다. 14개 샘플 가운데 5개 샘플에서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검출된 나노플라스틱은 타이어 마모 입자가 41%로 가장 많았고, 폴리스티렌, 폴리에틸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타이어 입자가 미세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나노플라스틱 오염에서도 가장 큰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6억대의 차량이 운행되는데, 각 타이어마다 최대 4kg의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타이어 마모 입자는 가장 큰 플라스틱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테리치 박사는 지난 2022년 2월에도 자신이 속해있던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와 스위스, 오스트리아 연구진과 함께 사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알프스의 외진 지역에 쌓인 눈에서 다량의 나노플라스틱을 검출한 바 있다. 당시 추정으로는 알프스에 1년간 나노플라스틱 침적률은 1km2당 42kg였다. 이때 눈 샘플에서 검출된 나노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이 주를 이뤘고, 차량 타이어 입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나노플라스틱 입자는 바람을 타고 2000km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알프스에서 검출된 차량 타이어 입자도 유럽의 도심에서 발생해 바람을 타고 알프스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연구에서는 그린란드 빙하에서 50년전 자동차 타이어 성분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도 있다. 그린란드에서 발견된 나노플라스틱 입자도 일회용 비닐봉지와 포장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이 절반을 차지했다. 25%는 자동차 타이어 분진이고, 20%는 음료수 병 및 의류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였다. 

두샨 마테리치 박사는 "에베레스트 정상부터 심해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나노플라스틱은 크기가 훨씬 작아 채집과 분석이 어려웠다"며 "알프스 연구는 나노플라스틱 문제를 공론화하는 선구적인 연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알프스 산맥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우간다-콩고 국경의 달의 산볼리비아, 조지아, 키르기스스탄, 네팔, 뉴질랜드, 남극 엘즈워스 산맥 등에서 빙하 눈 샘플을 채집했다. 2025년에는 아이슬란드,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스페인의 피레네 산맥에서도 샘플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티픽 리서치'(Scientific Reports)에 1월 13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우리금융, 글로벌 ESG 투자지수 'FTSE4Good' 편입

우리금융그룹이 글로벌 ESG 투자 지수인 'FTSE4Good'에 신규 편입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지수 편입을 통해 우리금융은 글로벌 투자자와 소통을 더욱 강

기후/환경

+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플라스틱 펠릿으로 뒤덮인 바다...침몰 선박에서 7만자루가 '와르르'

침몰된 선박에서 유출된 플라스틱 알갱이(펠릿)들이 해안가로 밀려오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라이베리아 국적의 컨테이

극과극 날씨 패턴...중부는 '물폭탄' 남부는 '찜통더위'

13일 우리나라 날씨가 극과극 상황을 맞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호우특보가 발령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반면 남부지방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