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헤지펀드와 기업 등의 반발에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포함한 환경 규제들을 완화하는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를 2월 중 발표할 전망이다.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에 포함된 규제는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과 EU 택소노미(EU Taxonomy), 공급망 실사 지침 그리고 기업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실사 의무를 담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이다.
유럽연합(EU)이 규제를 완화하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연례보고서에 ESG데이터를 공개하도록 강제한 'EU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에 대한 기업과 헤지펀드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CSRD는 기업의 ESG 자료들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EU의 규제다. 그런데 이 규제가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 헤지펀드들의 입장이다.
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일간지 '더스타(The star)'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CSRD가 고객 자산정보까지 공개해야 하는지의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체투자운용협회(AIMA)는 "헤지펀드가 제조업체처럼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부담이 과도하다"며 "고객의 자산에 대한 ESG 데이터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AIMA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와 밀레니엄 매니지먼트 등 주요 헤지펀드들로 구성된 단체다.
AIMA는 "우리는 제조업체처럼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ESG 보고가 필요한지도 의문이다."며 "어떤 헤지펀드는 유럽 투자자나 고객이 아예 없는데, 이들이 ESG 보고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반문했다.
헤지펀드만이 아니라, 자산운용사들도 CSRD의 애매한 규정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네덜란드 펀드 및 자산운용협회(Dutch Fund and Asset Management Association), 유럽 펀드 및 자산운용협회(EFAMA) 등 주요 자산운용 단체들은 EU 집행위원회에 CSRD의 고객 자산 보고 의무를 명확히 해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EFAMA 부국장인 안드레아스 스텝니츠카(Andreas Stepnitzka)는 "CSRD의 고객 자산 보고 의무는 해결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기업들도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CSRD는 2024년 연례 보고부터 기업들이 ESG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MSCI 분석에 따르면, 비금융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500개 이상의 ESG 데이터 포인트를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정유회사 엑슨모빌은 "유럽의 과도한 환경 규제가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며 "탄소포집(CCS)·수소사업 투자금 30억유로(약 4조3000억원)를 대부분 미국으로 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U의 주요 산업·소비재·에너지 기업이 속한 유럽산업원탁회의(ERT)는 "복잡하고 불명확한 규제가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엑슨모빌, 포든, 아마존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로 구성된 미국 상공회의소의 유럽연합 지부(AmCham EU)는 ESG 규제가 과도하며, 입법 검토가 완료될 때까지 기업들이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CSRD와 CSDDD이 두 가지 규제가 미국과 유럽 간 무역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다"라며 경고했다.
EU집행위원회는 이같은 요청 등을 감안해 이달말 CSRD와 분류체계 규정,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등 기타 지속가능성 관련 법안에 대한 조정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에 EU는 이달 말 CSRD를 포함해 여러 지속가능성 규제를 개정하는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EU 관계자들은 ESG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조항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완전한 규제 철폐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현재 이 문제를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한편, 금융 규제 변호사들은 명확한 지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투자 자산이 CSRD 적용 대상일 가능성이 크므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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