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물 리스크' 현실화…국내기업 22조원 피해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3-21 17:29:56
  • -
  • +
  • 인쇄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 수질 오염 등 '물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22조원에 달하는 재무피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1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공개한 '2024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응답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3개 기업 중 65%가 물 리스크로 인해 사업전략과 재무계획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들이 직면한 잠재적 단기 재무영향은 21조959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물 리스크는 물 부족, 수질 오염, 홍수 및 가뭄 등으로 인해 기업의 운영과 재무 안정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세계 물경제위원회(GCEW)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물 수요가 공급을 40% 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2050년에는 이로 인해 세계 GDP가 8%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산업군별로 보면, 특히 물 의존도가 높은 전력, 수도 등 유틸리티 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냉각수 부족이나 공업용수 공급 불안정 등으로 전력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운영비용 증가, 벌금 및 정화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반도체 생산과 데이터센터 냉각 등에 대량의 물을 소비하는 IT산업도 물 리스크에 취약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필요한 물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물 스트레스 지역에서 취수하는 비율도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 스트레스란 특정 지역에서 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태로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국내 산업별 물 스트레스 노출도는 통신 87.5%, 산업재 70.3%, IT 69.8%, 에너지·유틸리티 53.7%로 높은 수준이다.

▲산업별 물 스트레스 노출도(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KoSIF는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대응 수준은 기대에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물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 운영시설 수는 241곳으로 전년대비 32% 증가했지만, 대응 비용은 오히려 11% 줄어든 2조8666억원에 그쳤다.

남나현 KoSIF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물 리스크를 단기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물 정보 공개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CDP에 따르면 2024년에 투자자들이 물 관련 데이터를 요청한 기업은 1029개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물 리스크 관리가 단순한 친환경 경영 요구가 아닌 '투자 판단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물보다 많은 물을 정화해 자연에 환원하는 '워터 포지티브' 전략을 시행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물 사용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물 사용 정보 공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남 연구원은 "정부도 기업 차원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마련과 인프라 개선, 물 사용 정보 공개 의무화 등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