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잔존 수명이나 폭발 위험 등을 인공지능(AI)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김동혁·최윤석 교수팀은 배터리의 연결 구조가 달라져도 별도의 재학습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배터리 건강 진단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배터리 건강 상태(State of Health)는 초기 용량 대비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용량 비율로, 배터리 잔존 수명과 폭발 위험 등 안전성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이 일일이 복잡한 수식을 풀지 않아도, 배터리를 작동시킬 때 측정된 전압, 전류, 온도 등의 값만으로 이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게 된다.
개발된 AI 모델은 배터리 충·방전 데이터에서 추출한 62개의 데이터 패턴 중, 배터리의 직·병렬 연결 방식에는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잔존 수명 예측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5개의 지표(Health Indicators)를 스스로 선별해낸다. 덕분에 단일 셀(Cell) 데이터만으로 학습시켜도 여러 셀이 연결된 모듈의 건강 상태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AI는 단일 셀 데이터만으로 학습했음에도 불구하고 7개의 셀이 병렬로 연결된 모듈의 수명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기존 AI 모델이 배터리 구성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6.31×10⁻² 수준의 예측 오차(RMSE)를 보인 것과 달리, 개발된 모델은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인 1.90×10⁻²의 예측오차를 기록했다.
기존 AI 진단 기술은 배터리 셀 하나를 진단하는 모델을 만들어도 이를 수십, 수백 개 연결한 모듈이나 팩에는 바로 적용할 수 없었다. 배터리가 병렬이나 직렬로 연결되면서 내부 저항이 변하거나 전압 불균형이 발생해 데이터의 패턴이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트랜스포머의 어텐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이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트랜스포머는 챗GPT, 제미나이의 기반이 되는 AI 모델로, ‘어텐션 알고리즘’ 덕분에 방대한 데이터 가운데 꼭 필요한 정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개발된 모델은 어텐션 알고리즘을 활용해 배터리 수명을 예측할 때는 높은 중요도를, 반대로 배터리 형태를 구분하는 데는 낮은 중요도를 보이는 데이터 패턴만을 교집합으로 선별해낸다.
김동혁 교수는 "AI가 배터리의 연결 방식과 무관한 '진짜 건강 신호'만을 스스로 골라내도록 설계해 하나의 AI 모델로 다양한 배터리 시스템을 진단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았다"며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사용 후 배터리 성능 평가 및 재활용 분야 등으로 확장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화학공학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1월 15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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