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된 가운데 자동차와 세탁기 등 완제품으로 CBAM 확대를 추진하던 유럽연합(EU)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28일(현지시간) 유럽의 정책전문지 E&E뉴스에 따르면, EU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의 원자재와 초기단계 가공품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CBAM을 완제품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가 내부 반발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당초 CBAM은 6개 품목의 고탄소 원자재와 초기단계 가공품까지 적용하기로 하면서,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완제품은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완제품으로 CBAM을 확대하기로 계획을 바꾸면서 지난해 12월 완제품으로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전격 공개했다.
이 개정안에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소재로 사용하는 180종의 제품에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담겨있다. 배선과 실린더 등 건설이나 기계류에 들어가는 부품뿐 아니라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포함돼 있다. 원자재에 부과되는 CBMA을 회피하기 위해 원자재를 가공해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사례를 막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고, 완제품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까지 규제해 정책효과까지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CBAM 개정을 추진했는데 막상 어느 정도까지 적용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내부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CBAM이 본격 시행되면서 EU 회원국들이 입는 피해도 속출하고 있어, CBAM 적용을 완화하거나 예외를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강력한 내용으로 CBAM을 개정할 경우에 자칫 EU 회원국 내부의 반발에 휩싸일 수 있다. 실제로 CBAM으로 수입 비료값이 상승하면서 농민들의 생산원가가 올라가고 있다. 에너지 가격에 농산물 가격까지 오르게 되면 탄소비용이 물가상승을 들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 EU 집행부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교역 상대국들의 반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도와 중국, 브라질 등 주요 교역국들은 CBAM을 기후정책이 아닌 사실상의 무역장벽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충분한 전환기간 없이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경우 자국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업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CBAM은 원자재와 생산공정 전반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해야 하는 구조여서, 공급망 전체에 대한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가별 기준과 계산방식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비용부과가 시작되면서 기업들의 행정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CBAM을 둘러싼 대외적 상황이 좋지 않지만 EU는 어쨌거나 CBAM에 대한 기본방향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제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감안해서 적용 범위와 세부규칙을 조정할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EU가 CBAM 개정안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지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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