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엽림 산불피해 1.5배 높다...수종 다양한 숲 '산불 방패막'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2 11:03:55
  • -
  • +
  • 인쇄
▲올 3월 발생한 안동 산불 현장 (사진=연합뉴스)

침엽수로 조성된 산림은 여러 수종이 섞여있는 혼합림에 비해 산불이 발생했을 때 1.5배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올 3월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삽시간에 안동 등 인근지역으로 급속히 번진 원인이 소나무숲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대학과 공동연구한 '보호받지 못한 보호지역: 보호지역 관리 실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식물이 함유한 수분비율을 나타내는 '산림 연료습도'가 낮으면 단순 침엽수림은 산불이 발생하고 2시간이 지나면 전체 산림의 바이오매스 30%가 연소됐다. 반면 혼합림은 바이오매스 연소량이 20%에 그쳤다.

2000년 발생한 동해안 산불 피해 사례에서도 혼합림의 산불 피해가 가장 적었다. 침엽수와 활엽수 단순림은 특정 지형에서 취약한 반면, 혼합림은 대부분의 지형에서 일관되게 낮은 피해를 보였다.

침엽수가 산불에 취약한 것은 보통 줄기 겉면에 마른 껍질이 붙어있고 내부에 송진이 있어 산불이 발생하면 땔감으로 변한다. 송진은 불에 타기 쉬운 탄화수소인 '테르펜' 성분으로 인화성이 높아 옛날에 횃불연료로 주로 사용됐다. 게다가 침엽수 잎은 불똥으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피해범위를 넓히는 문제도 있다. 이에 비해 활엽수는 줄기와 나뭇잎에 수분이 많아 비교적 불에 빨리 타지 않아 산불확산을 막는 방화벽 역할을 한다.

▲주왕산 국립공원 내 너구마을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활엽수 덕분에 산불 피해가 거의 없었다. (사진=그린피스)

실제로 산불이 났던 주왕산 국립공원에서도 이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침엽수가 밀집한 지역의 마을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다양한 수종이 혼재된 너구마을 주변은 산불 피해가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주변 혼합림이 방화림 역할을 했고 위에서 아래로 바람이 부는 계곡 지형의 특성도 산불이 번지는 걸 막았던 것같다"고 했다.

혼합림의 우수성은 산불 피해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진화 이후 복원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영남 산불로 260헥타르(㏊) 수준의 면적이 피해를 입은 지리산국립공원 내 능인암 일대에서 이날 조릿대 새순이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자연 형성된 혼합림인 지리산은 이미 땅속에 여러 종자를 저장한 상태로 대개 남아 있다"며 "산불 피해가 있더라도 다른 인공적 조치 없이 자연적으로 복원이 이뤄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숲이 산불을 막는 천연 방패막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산불 피해 후의 숲은 자연스럽게 극상림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간섭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보호지역과 이에 준하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등의 보전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