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이슈] 美 정부 하버드 유학생 비자 박탈...왜?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3 17:23:32
  • -
  • +
  • 인쇄
▲美 보스톤에 위치한 하버드대학교 전경 (사진=하버드대학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학교의 유학생 등록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학교에 72시간 내로 정부가 요구한 유학생 징계기록과 불법행위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으면 유학생 등록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하버드가 응하지 않으면 새 학년이 시작되는 2025년 9월부터 신입생뿐 아니라 재학중인 유학생들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  

하버드가 일요일인 25일까지 정부가 요구한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유학생과 대학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현재 하버드에 다니는 유학생들은 약 6000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이는 전체 학생의 약 27% 비중이다. 대학측이 정부의 요구에 불응하게 되면 이 학생들은 모두 다음학기에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거나 미국을 떠나야 한다. 그런데 3개월 내에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학생들은 시간과 비용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다.

하버드가 정부의 요구대로 72시간 내에 서류를 모두 제출하면 이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되지만, 현재까지는 하버드가 정부의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이슨 뉴턴 하버드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며, 대학의 사명을 훼손한다"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 美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사진=로이터통신)


하버드와 트럼프 정부 사이에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캠퍼스 시위 때부터 시작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확산됐고 하버드가 그 중심에 섰다. 올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반유대주의 문제로 규정하며, 대학 측 대응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는 3월부터 하버드 등 시위에 참여한 일부 대학의 유학생들과 경미한 전과가 있는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안보부는 각 대학에 "유학생 관련 위협 및 위법 행위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정부의 요구에 응했지만 하버드는 "학생 보호가 우선"이라며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갈등은 더 불거졌다. 트럼프 정부는 하버드가 계속해서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자, 4월 중순 약 22억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연구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하버드가 보조금 중단에 법정 대응을 하며 굴복하지 않자, 국토안보부는 지난 22일 급기야 하버드의 국제학생 등록자격(SEVP 인증) 취소를 전격 결정했다. 국토안보부는 "유학생 수용은 권리가 아닌 특권"이라며 "여러 차례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하버드가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EVP 제도는 미국 정부가 국제학생 비자를 발급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인증을 유지하려면 정기적으로 유학생 현황과 비자 조건 위반 여부를 보고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이번 조치도 이 제도에 따른 행정 절차의 일환이다.

▲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놈이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교에 보낸 최종 경고 문서 (자료=미 국토안보부)

현재 분위기로 보면 하버드는 정부의 요구대로 72시간 내에 유학생에 대한 관련 서류를 제출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이유는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태세전환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않을 뿐더러, 재학생의 26%가 유학생들로 구성돼 있는 학교에서 유학생들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정부와 하버드간의 '힘겨루기'에 유학생들만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 불안감에 휩싸인 유학생들은 정부와 대학교간의 입장 발표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세계 입학예정자인 학생들은 입학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다음학기 시작전에 마무리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올 3월 초부터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했던 미 정부는 4월말 이를 전격 회복시켜준 것처럼 하버드의 유학생 등록자격도 유학생들이 입국하기 시작하는 8월 이전에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친환경 기업] 샴푸바의 시작 '러쉬'..."환경파괴해 수확한 원료 안쓰죠"

"러쉬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다."러쉬코리아의 박원정 윤리이사(에틱스 디렉터)의 말이다. 에틱스 디렉터는 세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기후/환경

+

플라스틱 국제협약 20일 남았는데...플뿌리연대 '생산감축' 촉구

국제 플라스틱 협약 최종 협상이 8월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외 1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지구가 말라가고 있다...전세계 곳곳 최악의 '가뭄' 현상

전세계 곳곳에서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최근 서부 유럽과 멕시코에서 가뭄과 폭염으로 물부족에 시달린 데 이어 영국과 레바논에서도 가뭄이 마치

베트남 하노이 '극약처방'...내년부터 560만대 내연 오토바이 퇴출

하루 50만대에 달하는 오토바이가 이동하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내년부터 화석연료를 쓰는 오토바이와 모터 자전거를 퇴출한다.15일(현지시간) 베

올 상반기 中 자연재해로 10조원 경제손실..."7말8초 홍수 위험"

중국은 올 상반기동안 자연재해로 2500만명이 피해를 입고 주택 3만여채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약 541억1000만위안(약 10조원)이 넘는 경제손실이 발생했다

[날씨] 다시 시작된 장마?...수도권 '최대 200㎜' 폭우

16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전국에 폭우가 내리겠다. 짧은 시간에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저지대 침수 및 토사 유출, 산사태 및 낙석 등에 주의해야

감사원 "온실가스 감축 안하면 2080년 폭염사망 30배...정부, 대응해야"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후보건 영향평가'가 미래 예측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예산 부족 등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