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을 지나던 길이 콘크리트로 바뀌는 순간, '녹색 교통수단'의 의미는 퇴색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INRAE)와 파리-사클레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트램 개발이 자연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니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으로 프랑스 전역 113개 기존 노선과 20개 신규 트램 계획을 선정, 도시 외곽 570개 지자체 주민 1094명을 대상으로 선택실험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신규 트램 노선은 기존 노선보다 생태계 연속성이나 자연 자발성 등 자연성 지수가 더 높은 지역을 지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이 트램 개발 이후 포장될 경우, 평균 13.9%의 자연성이 손실될 것으로 추정됐다.
자연성 감소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주변 서식지의 단절, 조류 등 도시 생물의 이동 제한, 생태계 자정능력 약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기후를 위해 만든 기반시설이 다른 환경 목표를 침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트램 노선 주변에 나무를 심는 생태적 통합 방식은 일부 손실을 완충할 수 있다. 연구진은 프랑스 몽펠리에 1호선 트램 노선을 분석해, 양옆에 나무가 있는 구간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자연성이 6.5% 더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유럽 일부 도시에서도 도심 열섬 완화, 생태축 복원 등을 목표로 트램 노선을 생태적 경로와 일치시키거나, 도심 녹지 연계 요소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프로젝트에서 생물다양성은 후순위로 밀려 있는 실정이라, 아직 개선책이 더더욱 필요하다. 연구진은 "생물다양성과 기후위기 대응은 별개의 목표가 아니라, 반드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한국 역시 저탄소 교통수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생태계 영향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GTX와 도시철도 등 신규 노선이 도심 외곽 녹지나 하천, 농지 등을 관통하면서도 이에 따른 생물서식지 단절이나 경관 훼손에 대한 정량적 평가나 완충 설계는 드물다.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이원화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저탄소 교통수단 확대가 도시 녹지 침식과 서식지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기후 정책과 생태 보전이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 단계부터 통합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Ecological Economics' 5월 20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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