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확인한 심해 생태계 관측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학원 심해과학공정연구소의 펑 샤오퉁 박사와 두 멍란 박사 연구팀은 태평양 수심 9533m 지점에서 생명체 군락을 직접 관찰하고 촬영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현재까지 가장 깊은 심해 생태계의 실체를 입증한 첫 사례로, 생명의 한계와 심해 탄소순환에 대한 기존 과학이론을 근본부터 흔드는 발견이다.
탐사는 지난해 7월부터 약 한달간 유인 잠수정 '펀도우저(Fendouzhe)'를 이용해 쿠릴-캄차카 해구와 알류샨 해구를 따라 진행됐다. 연구진은 총 23회 잠수 중 19회에서 관벌레, 조개류, 갯지렁이 등으로 구성된 화학합성 생물군락을 확인했다. 수심 5800m에서 9533m까지, 총 2500km에 걸쳐 생태계가 이어져 있었다.
가장 깊은 지점에서는 수천 마리의 관벌레와 조개, 말미잘, 불가사리 등 다양한 생물이 함께 군락을 이루며 약 2km 이상의 바닥을 촘촘히 덮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햇빛으로 영양분을 충전하는 것이 아닌, 지각 틈에서 올라오는 메탄과 황화수소 같은 화학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화학합성 생물'이다. 연구진은 메탄의 탄소·수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이 가스가 퇴적물 내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 것임을 입증했다.
두 멍란 박사는 "이전에는 단일 개체나 작은 군락만 심해에서 확인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발견한 규모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며 "해구 바닥 곳곳이 생명의 핫스팟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생명 자체뿐 아니라 지구의 탄소저장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해저 퇴적층에 메탄이 용존 상태나 메탄 하이드레이트 형태로 저장돼 있으며, 일부는 해저 단층을 따라 흘러나와 생태계로 흡수된다고 분석했다.
이 메탄은 지구의 깊은 탄소순환 시스템 일부로 작용할 수 있다. 즉, 해구 바닥은 단순한 '생명없는 깊은 바다'가 아니라, 탄소를 저장하고 순환시키는 거대한 생물화학 공장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펑 샤오퉁 박사도 "이전에는 심해 생물이 바다 위에서 떨어진 찌꺼기에만 의존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살아가고 있었다"며 "이번 발견은 생명의 정의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7월 30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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