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과 재사용 확대는 이 시대의 소명"

씨줄과 날줄로 빈틈없이 서로를 꽉 엮고 있는 그물코처럼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순환과 나눔을 23년째 실천하고 있는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가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가치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올 5월 재단 이사장직을 연임한 박진원 이사장(79)이 그 변화의 선봉에 서 있다. 지난 3년간 국내 최대 규모의 재사용 물류센터 건립을 주도하고, 국내외 긴급구호지원 등 다양한 공익활동에 힘쓰면서 나눔의 가치를 실현해왔던 박 이사장. 그는 "당근과 알리, 테무가 최대 경쟁자"라는 농담섞인 말로 현재 아름다운가게가 처한 현실을 털어놨다.
"사람들이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고 나눔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는 박 이사장은 "아름다운가게가 지역사회의 거점이자 가치있는 소비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주어진 임기 3년동안 어떤 방식으로 재단의 변화를 이끌어나갈지 박진원 이사장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 연임 소감부터 한 말씀 부탁드린다면?
아름다운가게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이니, 올해로 딱 10년째다. 사실 2002년 아름다운가게 1호점인 안국점이 개점할 때 그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다. 그때는 단지 손님으로 참석했던 것이지만, 그로부터 15년 후에 이사회 임원으로 소속돼 있다가 2022년 이사장이 됐는데 이번에 연임하면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지난 23년간 시민들과 자원순환과 나눔을 실천해왔고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드는 데 앞장 서 왔다. 저 역시 이길을 함께 갈 수 있어 감사하다. 연임은 단순한 개인의 임기 연장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 가치창출을 이어가라는 내부의 요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 연임 이후 새롭게 다지는 각오가 있다면?
사회는 날로 복잡해지고 다양화되고 있고, 우리 시민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자원순환에 참여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재활용' 시장을 이끌었던 만큼 앞으로도 '재활용'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도록 우리만의 핵심기술과 장기를 발굴해서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가게가 구성원들 모두에게 '행복한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자기계발 기회를 마련해주는 한편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서 동기도 부여할 계획이다.
◇ 아름다운가게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2024년 한 해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나눔과 순환을 경험한 사람의 수는 325만명에 달한다. 기부한 물품이나 판매된 물품의 수는 710만개가 넘는다. 기부하는 물품의 55%는 의류이고, 전자제품과 가정용품, 잡화 등이 절반을 차지한다. 물품기부 외에 현금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도 많다. 이처럼 아름다운가게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나눔과 순환'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 중고거래 시장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아름다운가게의 차별화 포인트는?
중고거래플랫폼 '당근' 등이 등장하면서 중고거래 시장은 눈깜짝할 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제 세대 구분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팔거나 중고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어찌보면 아름다운가게의 거래방식은 이 시대에 조금 뒤쳐져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름다운가게의 중고거래는 단지 물품의 교환하는 차원을 넘어 '가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나눔이 이뤄지고 자원순환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여타의 중고거래플랫폼과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아름다운가게는 기부한 물품을 나누고 자원순환하는 공익활동의 차원을 넘어 사회의 지속가능성까지 기여하고 있다. 여타의 중고거래플랫폼들이 효율적인 거래와 처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아름다운가게는 '물건을 통한 가치의 순환'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도 아름다운가게는 이같은 역할을 더 강화해나갈 것이다.
◇ 가치플랫폼으로서 시민참여 어떻게 확장할 계획이신지?
아름다운가게 오프라인 매장은 지역사회 봉사활동과 나눔의 거점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104개의 매장이 있는데 앞으로 이 거점을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그래야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사회에서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콘셉트별 오프라인 매장을 기획하고 오픈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매장에 제품을 전시하는 등의 비주얼 머천다이징(Visual Merchandising)도 개선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용자들이 매장을 이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온라인 물품기부 뱃지증정, 물품기부 이벤트 등 아름다운가게만의 차별화된 경험도 제공할 계획이다.
◇ 아름다운가게가 부가세 경정청구를 했는데, 이유는?
아름다운가게는 시민들이 기부한 물품을 매장에서 판매해 그 수익을 공익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수익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부가세 경정청구를 진행했던 것이다. 이유는 우리가 판매하는 물품은 일반적인 상업거래가 아닌 기부물품을 실비 수준으로 제공하는 공익 활동이기 때문이다. 현행법령에 비영리 공익법인이 공익사업을 위해 실비로 재화를 공급할 경우 부가세 면제대상이라는 조항도 있다.
아쉽게도 세무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경정청구의 핵심은 단순히 세금을 돌려받자는 것이 아니었다. 시민이 기부한 자원이 세금으로 빠져나가 공익활동에 온전히 쓰이지 못하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 아름다운가게는 기후위기 대응을 어떻게?
올해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발생하는 등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됐다. 아름다운가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순환을 기반으로 생활 속 탄소배출을 줄이고,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기후행동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중고물품 기부를 확대하고 이를 판매하는 것은 탄소감축의 실천적 행동이고, 폐지수거 어르신을 지원하거나 쪽방촌 폭염 피해 예방, 소외이웃에게 생필품 보따리 나눔 등은 수익금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나눔을 하는 것이다. 나아가 자원순환 전시, 나눔 캠페인,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위기와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에 대한 시민의식을 고취시킬 예정이다. 전국 매장과 연계해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와 대국민 캠페인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가자지구에 계속해서 현금을 후원하시고 계시던데?
아름다운가게는 설립 초기부터 서남아시아, 베트남, 네팔 등 개발도상국의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과 그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옥스팜 등의 세계구호단체 및 NGO 들과 연대하며 활동해왔다. 특히 가자지구와 같은 전쟁 상황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재단 차원에서 지난해 가자지구 긴급구호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을 보면서, 그들의 일상회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현금 후원을 시작하게 됐다. 저는 나눔은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름다운가게는 물품기부, 자원봉사, 현금기부, 착한소비로 함께해주시는 참여자들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여러분의 작은 기부와 참여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므로, 앞으로 아름다운가게를 깊이 경험하며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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